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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Power Style] 축구도 맵시도 예술, 지네딘 지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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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지난 6월 월드컵 때 j제작팀은 황선홍(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청바지를 입은 황 감독의 쭉 뻗은 옷맵시를 보고 모두 놀랐다. 남자가 봐도 부러울 지경이었다. 롱다리 ‘황새’라는 별명도 거기서 나왔던 걸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걸친 차림은 아니었다. 청바지였지만 다리 선과 힙 라인을 잘 살려낸 스타일 감각이 묻어났다.

외국에서도 ‘한 몸’ 하는 축구계 파워맨들의 패션은 늘 화제다. 잉글랜드팀의 데이비드 베컴이 우선으로 꼽힌다. 그러나 많이 튄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는 스타를 꼽는다면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있다. 보통 땐 브이 넥 티셔츠와 청바지·스니커즈로 자연스러운 멋을 발산하지만, 여러 행사장에선 날이 선 블랙 수트로 빛을 발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이끈 프랑스팀은 축구를 ‘아트’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지난달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시계 브랜드 IWC의 신제품 행사장에 참석한 그가 ‘지단 스타일’을 공개했다.

김준술 기자

지난달 15일 지단이 중국 상하이IWC 행사장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옷 잘 입는 스타로도 유명한데 평소 애용하는 액세서리나 옷·신발 브랜드가 있습니까.

지단=솔직히 브랜드를 가리진 않아요. 브랜드가 드러나는 튀는 옷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디자인만 마음에 들면 사요.

 ※ 지단은 키 1m85㎝의 ‘종마형 몸매’를가졌다. 스스로 그 장점을 잘 안다. 평소 몸에
붙는 티셔츠와 바지를 즐겨 입는다. 지단은 1998년 크리스찬 디올의 첫 번째 남성 모델로
뽑히기도 했다. 로 소바주(L’eau Sauvage·야생의 물)라는 향수의 광고 포스터에서 검은 터틀 넥을 코 위까지 끌어올리며 미소짓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j=여러 자선행사에 참석해 지단 스타일을 선보였고, 그 수익금을 사회에 기부해 왔는데요.

지단=이번 행사에서도 다른 시계를 경매에 부치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거기서 생긴 돈은 IWC가 유엔개발계획(UNDP)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저는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의 능력을 이끌어내 주고 싶어요. 저도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가정 배경 때문에 기회조차 없이 묻혀버리는 이들을 돕고 싶어요.

 ※알제리 이민자의 2세인 지단은 어렵게 자랐고 패션을 포함한 취향도 원래 단조롭고 멋
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94년 흠잡을 데 없는 취향을 가진 스페인 무용가 베로니크를 아
내로 얻으면서 그의 스타일도 바뀌었다. 이날 상하이 인터뷰에서도 지단은 깃이 달린 스포
티한 갈색 티셔츠와 카디건, 블랙 수트를 입고 나왔다. 평상복 수준의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참석한 기자들로부터 ‘지적 이미지’를 풍긴다는 칭찬을 들었다.

j=멋쟁이 부인과의 금슬이 유명합니다. 평소‘애처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단=선수로 뛸 때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해 항상 미안했어요. 제 아내는 늘 저
를 지원해 주고 믿어줍니다. 지금은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해요.

j=이번에 출시된 IWC의 ‘지네딘 지단 인제니어(Ingenieur) 왓치(사진)’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예술적 감각을 어디서 익혔나요.

지단=사실 제가 디자인 관련 예술적 감각은 없습니다. 다만 시계를 만들 때 직접 요구한 게 있어요. 갈색으로 전체 색상을 가라앉히면서 눈에 확 들어오는 강렬함 대신 절제미(Soberness)와 안정감(settlement)을 추구하려했죠.

j=시계의 스타일에 축구 스토리도 넣었다고 들었습니다.

지단=눈금으로 된 다른 시침과 달리 10시를 나타내는 부분이 빨간 숫자로 돼 있어요. 제 ‘백넘버 10’을 상징하죠. 이 숫자와 어울려 튀지 않는 고급스러움을 보여주는 색이 갈색이라고 생각했고 디자인에 반영시켰죠.

j=내년이면 마흔살이 됩니다. 축구와 패션에서 모두 ‘아트 기질’을 발휘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지단 스타일을 발전시킬 겁니까.

지단=현재 ‘5Z’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축구를 하고 싶지만 가정적으로 어려워 기회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프랑스에서 5개의 축구 구단을 만들 거예요. 제 이름의 ‘Z’와 5개를 합친 프로젝트죠. 그 범위를 앞으로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넓히는 게 꿈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지단이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것들이다. 윗쪽 사진은 검은색 가죽 재킷과 청바지로 편안연출한 지단의 모습. 신발은 역시활동성 좋은 스니커즈를 신었다. 아랫쪽은 푸른 색감의 원단에 하얀 줄무늬가 들어간 스리 버튼 수트를 입고 행사장에 나타난 지단. 광택 소재의 연한 색 민무늬 넥타이로 은은한 맵시를 드러냈다.



j칵테일 >> 친한 한국 선수 없지만, 박지성 리더십 기억에 남아요

스타일을 얘기하면서 내친김에 지단에게 올해 남아공 월드컵 때 제기된 프랑스 대표팀 불화의 배후설 등을 물었으나 답변을 꺼렸다. 대신 그는 한국 축구의 스타일을 얘기했다. 지단은 2006년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하고 지금 레알 마드리드 기술고문으로 있지만, 여전히 청색군단 ‘뢰 블레(Les Bleus·프랑스 대표팀의 애칭)’의 정신적 지주로 세계 축구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단=2002년 월드컵 때 한국팀의 저력에 많이 놀랐어요. 개인적으론 올해 월드컵 경기가 가장 인상깊었죠. 서양 선수 못지않은 스피드와 팀워크가 그래요. 앞으로 많은 해외 원정경기를 통해 부딪쳐 보고 자신감을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j=한국 선수 중에 친한 사람이 있나요. 한국의 어떤 선수가 실력이 좋다고 생각합니까.

지단=친분 있는 한국 선수는 없지만 AS모나코의 박주영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인상적이에요. 올해 월드컵 때 박지성의 리더십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j=어린 시절에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거리에서 독학으로 축구를 배웠는데 ‘중원의 황제’ 별명을 얻은 저력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지단=바로 끊임없는 노력과 집중력 덕분입니다. 저는 축구팀에 들어가기 위해 힘껏 노력했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제 코치들이 저를 인정해 줬고, 제가 기회를 낚아채는 데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오늘날 제가 있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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