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계천 복원 ·개발사업 '복마전'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청계천 검은 물'이 어디까지 오염시킬까-.

▶ 이명박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 체육대회 서울 선수단 발대식에 참석한 뒤 천계천 복원사업 비리를 묻는 취재진에게 둘러싸이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청계천 복원 및 개발 사업이 이 시장 측근과 지인들의 금품 수수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새로운 복마전으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을 진두 지휘한 양윤재 서울시 행정제2부시장이 억대 수뢰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 시장 면담을 알선해 주겠다며 14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일주 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이 구속되자 과연 이 시장이 검찰 수사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한나라당도 검찰의 표적 수사를 경계하며 공정한 처리를 요구하고 나서 자칮 대형 사건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시장까지 가나" 서울시 초긴장 = 서울시는 검찰 수사가 청계천 사업 자체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고도제한 완화 외에 청계천 사업 전반으로 전면 수사가 이뤄질 경우 이명박 시장의 최대 치적으로 꼽아온 청계천 복원사업에 커다란 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사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관계자들 사이에 돈거래가 있었던 게 사실로 밝혀지면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이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서울시의 최종 결재 책임이 이 시장에게 있는데다 친분 관계를 들먹인 거액의 금품 수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어떤 식이든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식 밖 뇌물 요구 및 액수=검찰 조사 결과 양 부시장은 길씨에게 '이 시장의 선거캠프에 합류할 때 청계천 프로젝트 대가로 60억원이나 부시장 자리를 약속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포착한 정황대로라면 양 부시장은 결국 청계천 프로젝트 대가를 길씨로부터 챙기려고 한 셈이다.

그러나 양 부시장이 차관급의 고위직에 있으면서 단순 '리베이트성' 뇌물로 보기에는 언뜻 상식범위를 넘는 60억원을 요구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양 부시장은 60억원 요구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시장과 면담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길씨측으로부터 6차례에 걸쳐 1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일주 전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도 수수 액수가 통상적인 뇌물 규모를 훨씬 능가한다.

리베이트나 소개비 치고는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건넨 배경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한편 검찰은 양 부시장의 집무실에서 재개발과 관련된 청탁 메모 2개와 차명계좌 등을 발견했고, 공직자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거액의 금전 거래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철정한 진상규명" 요구=서울시민연대와 전국빈민연합은 10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계천 복원 사업과 관련해 수뢰 혐의로 구속 된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양 부시장이란 고위공직자 개인의 비리가 아니다"라며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하며 청계천 복원 사업 전반은 물론 주변부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 개발 관련 규제 완화 등으로 수사를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만간 검찰에 공개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청계천 주변 재개발과 관련한 서울시의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원인무효 소송을 낸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표적 수사하면 가만 않있을 것"= 검찰의 청계천 복원사업 비리 수사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개입여부를 둘러싼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의도적으로 우리 당의 주요인물을 겨냥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가 당의 차기 대권후보군인 이 시장을 겨냥한 데 의혹을 나타내고 있어 향후 수사과정에서 검찰과의 마찰도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10일 CBS '뉴스레이다' 대담에 출연, '검찰수사의 칼날이 한나라당 출신의 서울시장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답했다.

강 원내대표는 "만일 검찰이 공정하게 비리를 밝힌다면 당에서도 이의가 없겠지만 그것이 의도적으로 한나라당의 중요한 인물을 겨냥한다든지 할 때는 검찰이 도를 넘은 것이고 당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