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무척추 동물 바다가재 고통 못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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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바다가재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정부의 지원을 받은 오슬로 대학 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바다가재를 끓는 물에 넣었을 때 팔딱거리긴 해도 고통을 느끼진 않는다"며 "바다가재.게.벌레.달팽이 등 대부분의 무척추 동물은 고통을 느낄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뇌 구조상 바다가재.게 등에게 약간의 학습능력은 있어도 고통을 느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메인주의 바다가재 생태 연구학회도 "바다가재의 신경체계는 상당히 원시적이고 뇌는 거의 발달되지 않아 곤충과 비슷하다. 끓는 물에 넣었을 때 몸을 뒤틀며 꿈틀대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단지 솥에서 도망가기 위한 본능에 의한 것이지 고통 때문은 아니다"며 이 연구결과를 뒷받침했다.

이번 보고서는 노르웨이 정부가 동물복지법을 개정하면서 그 대상에 무척추 동물을 포함시킬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나온 것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바다가재 요리를 직접 많이 해 먹는 구미권에선 그동안 '고통 없이 바다가재를 죽이는 법'이 상당한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차가운 물에 넣은 뒤 점점 온도를 높인다▶두 눈 사이를 뾰족한 나이프로 찌른다▶민물에 옮겨 놓는다 등 여러 방안이 전해져 왔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모두 근거 없는 것들이며 대부분의 요리법이 바다가재에겐 '고문'과 같은 고통을 준다"고 주장해 왔다.'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위한 사람들(PETA)'이라는 영국 동물보호단체 회원인 캐린 로버트슨은 "이번 연구결과는 정부에 의해 왜곡돼 있다"며 "노르웨이 정부가 자국의 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자들을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마치 담배제조업체가 '흡연은 결코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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