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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미래는 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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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인터넷은 아주 짧은 기간에 인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통사람들도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양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장벽이 무너졌다. 소통 비용이 확 줄고 기발한 사업모델과 신업태가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은 원래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특징 덕분에 인터넷은 기본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혁신을 지속할 수 있었다. 개방적이고 국경 없는 플랫폼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건전한 경쟁을 촉진해 혁신을 조장했다. 개방 플랫폼의 묘미는 ‘게이트 키퍼(gate keeper)’가 없다는 점이다. 수 세기 동안 극소수가 정보의 생성과 접근을 통제해 왔다. 인터넷은 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만인을 위한, 만인에 의한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했다.

가야 할 길은 멀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자가 18억 명이나 된다고 하지만 아직 지구촌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콘텐트가 주로 영문이지만 대다수 사람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3억 명이 아랍어 사용권이지만 아랍어 콘텐트는 전체 웹의 1%도 되지 않는다. ‘월드 와이드 웹(WWW)’은 유니코드(Unicode) 문자 조합을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를 담을 수 있다. 가상공간 주소인 도메인 주소체계(DNS)는 영문 알파벳으로만 표기되다가 이제 겨우 유니코드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언어의 인터넷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인터넷 콘텐트가 다양해지면서 언어장벽을 뛰어넘는 수단이 절실해졌다. 자동 번역 기능이나 기계학습 같은 영역의 진보가 두드러진다. 가령 영어로 검색하면 50종 이상의 언어로 검색 결과가 뜨게 된다. 관련 기술은 급속히 발전해 자동 통역기능으로 각자의 모국어로 대화할 날이 멀지 않았다. 여러 언어의 인터넷 접근성이 향상된 배경에는 모바일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바일의 가치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축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까. 미래는 현실이 돼 음성검색이나 모바일 결제가 각광받고 있다. 아프리카·남미·인도 등지에서는 모바일 인터넷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기술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혁신 효과가 뚜렷하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소액대출 운동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MS)를 통한 농장 수확 관리, 날씨 모니터링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모바일·무선통신, 브로드밴드 서비스와 인터넷이 결합해 풍요로운 정보의 보고(寶庫)를 만든다.

인터넷의 기술 진보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전보나 TV가 탄생했을 때도 그랬지만 정보 접근성이 급속히 확대되면 사회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인쇄 기술이 문맹률을 낮추는 대신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수 세기 동안 걱정한 것과 유사하다. 인터넷에 대해서도 그런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인류에 끼친 혜택은 부정적인 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오늘날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은 수백만 명이 공동 작업을 벌인 끝에 가능했다. 거대한 협력 작업인 셈이다. 인터넷의 개방성은 나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다. 특히 보안문제는 시급한 이슈다. 인터넷과 관련된 연구개발 과제가 있다면 보안이 분명 상위 목록에 들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본질인 개방성을 지키면서 안전을 유지하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리라 확신한다.

필자는 인터넷의 연원이 되는 기술의 개발을 비롯해 40년 가까이 인터넷과 함께 살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인터넷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인터넷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