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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 아내에게 “상 대신 받아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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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부인 류샤(劉霞)에게 상을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했다고 12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 인권단체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정보센터’를 인용해 수감 중인 류샤오보를 면회한 류샤의 말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류샤오보는 10일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교도소로 찾아온 류샤에게 ‘나를 대신해 12월 노르웨이로 가 노벨평화상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중국 당국이 평화상 수상을 위해 류샤오보의 노르웨이 출국을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그의 노르웨이행에 대해 “범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며 일축했다.

류샤 역시 현재 베이징 자택에서 외부 출입이 제한돼 있다. 중국 정부가 류샤의 출국을 허락할 가능성 역시 낮다. 11일 유럽연합(EU) 외교관 10여 명이 면담을 위해 류샤의 아파트를 방문했지만 공안의 제지로 돌아서야 했다. 류샤의 출국조차 금지될 경우 다른 친족이나 지인이 시상식에 참석할 수도 있다.

과거에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반체제 인사의 시상식 참석은 험난했다. 소련의 반체제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1975), 폴란드 자유노조 운동을 주도한 레흐 바웬사(1983)와 미얀마 군부 독재에 반대해 온 아웅산 수치(1991)는 모두 자국 정부의 제지로 배우자나 아들이 대리 수상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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