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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민 100년] 下. 주말마다 50명 대가족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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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대가족 풍경이 멕시코 한인 후손 가정에서 펼쳐지고 있다. 멕시코 첫 정착지인 메리다의 한인후손회장인 율리세스 박(65)씨 집안이다. 후손 3세인 그는 아들과 함께 유카탄주 유일의 자동차 매연검사소를 운영하는 지역 유지다. 그의 할아버지 박승준씨는 한국에서 옷장사를 하다 이민배를 탔다고 한다.

손재주가 좋았던 아버지(86)는 냄비 때우는 일을 하다 싱크대 제작공장을 세웠고 이 사업은 현재 율리세스 박씨의 동생이 이어받아 경영 중이다. 주말마다 인근에 사는 형제들이 모이며 다 모일 경우 그 수가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박씨의 어머니(84)는 시아버지인 박승준씨가 돌아가실 때 그토록 한국땅에 묻히고 싶어했는데 그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다고 무척 아쉬워했다. 1999년엔 한국을 방문해 한 달가량 머물며 친척을 찾아보았으나 성과가 없었다.

한국식의 따뜻한 손님접대를 고집한 박씨 어머니는 기자에게 자신이 담갔다며 굵게 썰은 깍두기를 내놓았다. 그 맛이 한국 깍두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박씨 또한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딸을 가리키며 "나보다 더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치만 있으면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다는 이야기였다. 박씨는 마치 김치를 중심으로 대가족 모임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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