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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대 세습, 중세로 되돌아간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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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나는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의 열렬한 지지자다. 이명박 정부는 옳은 길을 가고 있다.”

2005년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그 뒤 이라크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사진) 미 덴버대 국제대학장이 11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원장 백진현)에서 ‘미국과 동북아’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6자회담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북한은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안돼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미국은 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 “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힐 학장은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 “내 생애 이런 일은 처음 보며 마치 중세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군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옆에 앉은 아들 김정은을 걱정스런 눈길로 쳐다보는 모습이 아주 특이했다”며 “북한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공인되지 않은 바다에 들어간 형국으로, 중국이 역할을 해야할 때다. 지금은 북한의 현상유지가 안정을 의미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중국 등) 주변국가들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고 오로지 한국의 방위가 목적”이라며 “주한미군이 ‘38선’ 이북지역에 주둔하거나 압록강까지 진출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임을 중국은 확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힐 학장은 “2005년 6월 6자회담 대표로 임명된 뒤 처음 북한과 접촉하기 직전 상부로부터 ‘중국이 참석해야만 북한과 만날 수 있다’는 훈령을 받았으나 북한은 중국이 빠지기를 원했다”며 “상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그때 비행기를 타고 있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북한과 양자회담을 단행했고, 그 결과 북한의 6자회담 재개를 끌어낼 수 있었다. 외교관은 훈령을 따라야하지만 때로는 그보다 조금 더 앞서가야 할 때도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6자회담에 대해 여러 시각이 있지만 이 회담 덕분에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5∼6년 전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한·미·일이 함께 공동의 과제를 함께 풀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중국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넓어지는 등의 진전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힐 학장은 2008년 영변의 5MW 원자로 불능화를 조건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해제했던 조치와 관련, “원래는 북한에 영변 원자로를 무조건 불능화하도록 요구했으나 그들은 대가를 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조사를 해보니 테러 지원국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 같은 나라에 부과하는 것인데 북한은 이에 해당되지않았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도 원자로 불능화는 이를 상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그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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