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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인도·중국의 ‘민주주의 배당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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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인도 델리에서 3일 개막한 제19회 영연방경기대회(Commonwealth Games)가 14일 폐막한다. 72개국이 참가한 이번 영연방경기대회는 불결한 선수촌, 경기 운영의 미숙, 조직위원회의 부패 때문에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세계 유력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마디로 깔끔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비교된다고 평가됐다.

인도의 체면을 살려준 것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지난달 30일자)와 파이낸셜 타임스(4일자)의 보도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빌 게이츠, 헨리 키신저와 같은 ‘열혈 독자’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대통령·총리·최고경영자(CEO) 독자를 확보한 유력지다. 파이낸셜 타임스 또한 국제경제 흐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두 유력지가 인도에 힘을 실어준 이유는 인구 배당금과 민주주의 배당금의 면에서 인도가 중국에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는 올해 8.5% 성장률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며 2013~2015년부터는 성장률이 중국에 앞설 전망이다.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에 중국의 인구 배당금은 2015년에 끝난다. 2020년이 되면 인도의 평균연령이 29세인 반면 중국은 37세가 된다. 장기적으로 ‘노쇠한 중국’이 ‘젊은 인도’를 당해내기 힘들다.

민주주의 배당금의 면에서도 인도가 중국보다 유리하다고 두 유력지는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가는 약하나 사회가 강한” 인도 민주주의의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인도의 민주주의가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인도를 두둔했다.

세계는 이미 인도나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경쟁국인 중국·인도를 떠올리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영연방경기대회가 베이징 올림픽을 연상시켰다면, 최근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중국의 민주화 문제뿐만 아니라 삐걱거리면서도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인도 민주주의를 생각나게 한다. 류샤오보의 즉각적인 석방을 8일 요구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인도 민주주의를 찬양했다. 인도 민주주의는 “각 나라 고유의 특성에 맞춰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바마의 발언은 ‘중국 고유의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외교는 이념 측면에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외교’가 부활해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요즘 부쩍 민주주의 동맹국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최초의 ‘포스트 미국 시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되던 오바마 대통령이 전성기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의 ‘민주주의 수사’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만하다. 중국 정부가 2005년 발간한 민주주의 백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민주주의는 인류의 정치 문명 발달의 산물이다. 민주주의는 전 세계인의 공통의 바람이기도 하다.” 중국은 민주주의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중국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겠다는 게 중국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이 다당제 민주주의를 실시할 때까지는 ‘민주주의 배당금’을 타 갈 수 없다. 민주화하라는 미국의 ‘잔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가을 한국·일본·인도·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 미국이 꼽는 아시아의 ‘민주주의 성공 사례’들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챙길 수 있는 ‘민주주의 배당금’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김환영 중앙SUNDAY 지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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