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윤서현 기자
열대작물 커피, 환경 만들어주면 한국서도 쑥쑥
기온이 뚝 떨어져 제법 쌀쌀했던 날씨에 도착한 농장에서 토착 커피나무 화분들은 온실이 아닌 마당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파치먼트에서 싹을 틔우고 빨갛게 익은 커피열매를 수확하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현재 발아성공율이 80%에 이르며 내년 봄 40kg 이상의 커피열매를 수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안에서 커피나무의 성장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지요.”
이곳에서는 모판에서 2.5~3m정도 자라면 화분에 옮겨 심어 재배한다. 그 편이 온실에서 재배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2년생부터는 매년 분갈이를 해주고, 다시 열매를 얻어 발아시키는 식으로 번식시켰다.
온실 가운데엔 4m쯤 되는 장대한 커피나무가 있다. 우리 땅에서 씨앗부터 발아해 자란 최초의 커피나무라고 했다. 25년 전, 제주 여미지식물원에서 연구 목적으로 씨앗을 들여와 땅에 심고 키우다 3년 전 이 농장에 기증한 것이다. “이 나무의 나이가 우리나라 커피나무 역사와 같죠. 이 나무를 여기에 심으면서 내가 재배한 커피를 볶아 내려 먹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강원도 고랭지서 첫 상업화 도전, 3㎏ 생두로 커피 뽑아
지난 4월 김 대표는 드디어 그날을 맞았다. 3년 전부터 매년 커피 열매를 10kg씩 수확했지만 산업용 로스터에 볶기에는 부족했다. 올봄 40㎏을 수확하면서 산업용 로스터에 볶아 추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김 대표와 10명의 직원은 하나하나 손으로 껍질을 벗겨 3㎏의 생두를 얻었다. 그것을 로스팅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시음회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모두 팔려 지금은 맛볼 수 없다.
“햅쌀과 묵은쌀이 맛이 다르듯이, 갓 수확해 볶은 거라 맛이 신선하고 깔끔하다고들 하더라고요. 맛도 맛이지만 고생했다는 의미로 칭찬해 주신 거 같아요.”
농장엔 커피 농사를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3년 전부터 제주도에서도 상업용 목적의 커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산 커피’의 대량 생산과 판매가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대량 생산, 판매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각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된 원두를 모아 ‘한국산’으로 상품화한다면 커피 생산국으로의 길도 열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15~25도 밝은 그늘 아래, 집에서도 커피나무 키울 수 있어
‘커피커퍼’에서는 2년생 커피나무 화분을 1만5000원에 판다. 김 대표는 “온도를 잘 맞추고 직사광선만 피하면 일반 가정에서도 커피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커피나무가 좋아하는 환경은 15~25도의 ‘밝은 그늘’. 여름철에는 통풍이 잘되고 약간의 그늘이 생기는 베란다, 겨울철에는 실내의 밝은 곳이 적당하다. 물은 일주일에 2번, 화분 밑으로 스며 나올 정도로 준다. 물이 부족할 땐 잎이 밑으로 축 처진다. 여름철 햇빛이 강할 때 잎에 물을 뿌리면 탈 수 있으니 해질 무렵에 주는 것이 좋다. 강한 햇볕을 쪼이면 잎이 누렇게 변한다. 상한 잎은 그 부분만 바로 잘라준다. 분갈이는 구입한 다음 해 봄에 하면 된다. 분갈이할 화분은 이전 화분의 반지름 정도 큰 것으로 한다. 꽃은 3년생부터 볼 수 있다. 꽃은 2~3일 후에 지고 연두색 커피 열매가 달리는데 5~6개월이 지나면 빨갛게 익는다.
TIP 커피도시로 뜨는 강릉, 22일부터 축제
강릉이 커피도시로 뜨고 있다. 커피농장을 비롯해 100여 곳의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이 강릉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제2회 커피축제가 22일부터 31일까지 10일간 열린다. 커피전문점이 모여 있는 강릉항을 중심으로 ‘바리스타와 함께하는 세계의 커피’, ‘커피여행 스탬프랠리’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축제 기간 ‘커피커퍼’에서는 ‘터키시(Turkish)커피유물대전’을 연다. 생두를 볶아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한 곳이 바로 터키다. 관람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