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월드컵 감동'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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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스포트 위크"의 표지에 등장한 히딩크.

"2002년 6월은 꿈과 환상의 시간이었다."

2년반 전의 한.일 월드컵을 거스 히딩크(59)는 이렇게 회상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맡아 폴란드.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강호들을 연파하고 4강 고지까지 치달았던 때다.

현재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감독인 그는 최근 네덜란드 주간지 '스포트 위크(Sport week)'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감동과 뒷얘기 등을 소개했다. 스포트 위크는 그가 암스테르담의 집에서 여자친구 엘리자베스와 함께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히딩크는 "한국대표팀 시절을 아직도 가슴에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며 "그때는 소년을 위한 책과 같은 시기였다"고 묘사했다. 또 "한국인은 인정이 많고 단합이 잘 되며, 서로 비슷한 것 같아도 개성이 강하다. 안정환과 박지성을 비교할 수 없고 송종국 또한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안정환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그는 빼어난 테크닉과 용모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훈련에 문제가 있었고, 첫 훈련 때는 다른 선수들이 보통 승용차를 타고 오는데 혼자 고급차(메르세데스 벤츠 300)를 타고 왔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를 처음 몇 경기 선발에서 뺀 적도 있었다."

이런 일화도 털어놓았다. "하루는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가 내게 다가와 '한국팀 수비수들이 벌떼처럼 밀착 수비하는 경기를 봤다'면서 '우리 팀에는 제발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그는 "스페인팀이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리던 모습과 이탈리아 선수들이 경기에 진 뒤 탈의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일이 생각난다"고 돌이켰다. 당시 이탈리아는 16강전에서, 스페인은 8강전에서 한국팀에 졌다.

그는 "지난해 독일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면서 "혹시 다음에 아프리카대륙에서 대표팀 감독 제의가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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