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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출판협회 수장, 아시아인으론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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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제출판협회(IPA) 새 회장으로 선출된 지영석 엘스비어 부회장. [제공=엘스비어]

한국계 미국인이 세계 출판계의 대표로 뽑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맞춰 7일(현지시각) 열린 ‘2010 국제출판협회(IPA) 총회’에서 지영석(49)씨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1896년 창립된 IPA의 수장을 아시아계가 맡기는 처음이다. 미국 대표로 출마한 지씨는 프랑스·이집트 대표와 경합했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년 간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IPA는 57개국 유력 출판단체 70여 개로 구성됐다. 미국·유럽·아시아·아프리카·오스트레일리아 등 전세계를 포괄한다. 세계 출판인의 권리 보호, 출판·표현의 자유, 저작권 보호 등을 위해 활동해왔다.

지씨는 현재 과학·기술·의학 분야의 세계 최대 출판기업인 ‘엘스비어(Elsevier)’의 부회장 겸 기술·과학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란셋’ ‘셀’ 등 약 2000종의 저널, 2만권의 전문 서적, 사이언스디렉트·스코퍼스 등 과학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지닌 회사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세계 출판계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입니다. 세계 각국에 지적재산권·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립하는 데 노력할 겁니다.”

그는 전문 서적에 이어 일반 서적에서도 전자책이 만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10년 안에 1990년 이후 출생한 세대의 75%, 이전 세대의 절반 정도가 전자책을 쓸 겁니다. 종이책도 현재 세대까지는 남아있을 거고요.”

노벨문학상에 기대를 걸었던 한국 분위기를 전하자 그는 한국 문학의 저력은 인정하면서도 “노력해야 할 게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으로 치자면 재료(작품)는 좋지만 제대로 요리(번역)할 사람이 드문 상황이에요. 고은처럼 훌륭한 작가도 물론 필요하고 정부·출판사·번역가·학자의 지원도 필요하죠.”

지씨는 지성구 전 세네갈·핀란드 주재 대사의 막내 아들이다. 1961년 아버지의 부임지였던 미국에서 태어났다. 76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대학(경제학), 콜롬비아 대학원(MBA)를 졸업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세계 최대 IT유통사 ‘잉그람마이크로’에서 일했다. 2001년 ‘랜덤하우스 아시아’의 초대 회장이 됐다.

그는 올 초 포브스아시아가 발표한 ‘주목할 만한 재미 한인 25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서의 성공 비결을 묻자 “그저 일을 즐겼고, 길이 막힐 때면 좋은 분들을 만나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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