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영호, 끝없는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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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32강전>
○·허영호 7단 ●·구리 9단

제 10 보

제10보(104~112)=103의 후수가 눈물겹다. 중앙이 다 깨진 것도 부족해 오히려 수비를 하고 있다. 백△ 두 점을 잡은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그에 비하면 허영호 7단의 104는 확실한 현찰이고 확실한 두터움이다. 프로는 이런 곳을 둘 때 기분이 좋아지는 법. 허영호의 가느다란 눈가에도 만족감이 묻어나고 있다. 사실 이 부근은 스스로 생각해도 잘 싸웠다. 흑진 깊숙이 뛰어들어 생사를 결할 때의 심정은 비장했으나 멋지게 생환해온 지금은 마치 ‘람보’라도 된 듯 자랑스럽다. 친구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구리도 별거 아니더라. 세게 나가니까 피하더라.”

그러나 흑의 형세가 절망적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105에서 109까지 좌변이 통통해졌고 아직은 긴 승부다. 그러나 저러나 A의 곳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왜 그쪽은 안 두는 걸까. 허영호는 오히려 110으로 두고 있다.

‘참고도’ 백1 밀면 중앙은 초토화된다. 흑2, 4는 당하겠지만 B의 노림도 생기고 상변도 지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하면 흑C엔 백D로 받아야 하니까 노림은 별게 없고 오히려 6까지 좌변만 커져 졸지에 이상해질 수 있다. 110은 그래서 이해가 가능하지만 112는 뭔가. 구리를 아예 종이호랑이로 보는 것은 아닌가.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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