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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원의 밸런스 브레인] 말이 늦다고 아이 닦달하지말고 운동으로 뇌 자극시키는 게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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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이 늦어도 많은 부모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중엔 부모들이 유심히 관찰해야 할 아이들이 있다. 말이 늦어지는 한두 가지 증상은 빙산의 일각이고, 수면 아래에는 불균형적인 뇌 발달이라는 심각한 원인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거부감이 심하고, 눈맞춤이 잘 되지 않으며, 공을 주고 받는 쉬운 일조차도 힘들어 한다.

언어발달은 생후 2년 사이에 운동발달과 함께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아이의 언어가 지연되는 것은 단순히 언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므로 발달과정에서 건너뛰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아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끊임없이 주변 사물에 관심을 가지며 몸을 계속 움직여 무언가를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시지각·청지각·촉각·균형감각을 비롯한 다양한 감각이 발달하고, 이것이 언어발달과 학습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배밀이·뒤집기·기기·앉기·서기·걷기 등 발달과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거나, 건너뛰면 뇌의 발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언어 또한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치 덧셈·뺄셈 같은 수학의 기초를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미적분 같은 고등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많은 부모는 말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어치료가 급선무라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언어발달에 치중된 치료를 한다. 인지조차 잘 되지 않는 아이가 언어에만 집중하면 대화 시 앞 뒷말이 맞지 않는다거나, 말이 늘기는 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단어를 쓰곤 한다. 따라서 발달이 늦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를 확인하지 않고, 언어 중심의 치료에 매달리는 것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에겐 시각·청각·촉각·위치감각·균형감각 등 여러 감각들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고, 이것이 통합돼 올바르게 몸의 움직임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훈련은 한마디로 ‘운동’으로 집약된다. 작은 물체를 만지고 옮기고 쌓는 소근육부터, 걷고 뛰고 던지는 대근육, 그리고 중력에 저항해 자세를 유지하는 몸통의 중심 근육들까지 운동으로 고루 자극해야 한다.

이 같은 근육을 통한 자극이 시청각을 비롯한 다른 감각들과 통합해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아이의 뇌를 균형적으로 발달시키는 지름길이다. 말을 배우도록 강요하기보다 먼저 재미있는 운동을 통해 아이의 뇌를 고루 발달시켜 보자.

변기원 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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