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35명 자살 생각해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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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 국민 100명 가운데 35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시도해본 사람도 100명 중 4명 정도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서동우 연구원은 17일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전국에서 표본 추출한 15~69세 남녀 1025명을 전화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1월에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35.4%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16.8%는'지난 1년 중 자살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적이 있는 사람이 4.3%,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일이 있다는 응답자도 3.7%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0.4%는 자살 시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자살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구체적인 자살 계획은 40대가 가장 많이 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의 50.4%는 가끔 우울함을 느끼고 있으며, 5.5%는'항상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서 연구원은 "질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인 자살 계획'이란 시간.방법 등을 고려해봤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빈곤층이나 무직자.이혼자 등의 자살 위험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취약 계층이나 우울증 환자, 만성질환자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살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심포지엄에서 연세대 의대 남윤영 교수는 1990~2003년 자살 추이를 분석한 결과 7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0년엔 인구 10만명 가운데 7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17.2명이었는데, 2003년엔 103.1명으로 크게 늘었다. 가장 활발한 활동 계층인 25~44세의 자살이 전체 자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전우택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자살 증가율이 매우 높은 만큼 자살 예방 전략의 개발과 시행을 담당할 정부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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