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도 ‘여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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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마리나 시우바 후보.

3일 치러질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모두 9명이 출마한 선거에서 지지율 상위 세 후보 가운데 두 명이 여성이다. 더욱이 집권 노동자당(PT)의 딜마 호우세피(62) 후보는 브라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호우세피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10%에 머물렀을 정도로 브라질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크호스였다. 그런데 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전폭적인 후원을 등에 업고 대선에 출마한 뒤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불가리아계 이민자 후손인 호우세피는 젊은 시절 사회주의에 심취했다. 1964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자 사회주의 무장투쟁 조직에 가담했다 3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민주노동당(PDT) 창당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노동자당 딜마 호우세피 후보.

2000년까지는 지방 정치인에 불과했던 호우세피는 2001년 PDT를 탈당해 PT에 합류하면서 중앙 정계로 진출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룰라 캠프에서 에너지정책을 입안한 인연으로 룰라 정부의 에너지부 장관에 발탁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그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로 당선되느냐 여부가 관심이다.

지난해까지 지지율 수위를 달렸던 제1야당 사회민주당(PSDB)의 조제 세하(68) 후보는 현실에 안주하다 호우세피 후보에게 추월당했다. 브라질 국민은 세하보다는 녹색당(PV) 여성후보 마리나 시우바(52)를 더 주목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 삼림지역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16세가 돼서야 글을 깨쳤다. 2003년 룰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내며 ‘아마존의 여전사’로 불리기도 했으나 정부의 아마존 개발계획에 반대해 PT를 떠나 PV에 입당한 뒤 지지도가 올랐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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