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만들었다 해도 비행기로 투하하는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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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보위는 15일 문희상 정보위원장실에서 국가정보원의 비공개 보고를 받았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관련한 내용이다. 고영구 국정원장 대신 서대원 1차장(해외담당)과 최준택 3차장(대북담당) 등이 나왔다.

국정원은 한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비행기에 실어 투하할 수 있는 재래식 핵무기 1~2개를 개발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고 참석한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이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이전 평북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10~14㎏를 추출, 핵무기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500㎏ 미만으로 소형화돼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 그러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됐던 재래식 핵무기를 예로 들었다. 현재로선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그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도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국정원 고위 간부는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파키스탄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과거 북한을 방문해 미사일에 탑재된 핵무기를 보았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잘못된 보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 핵기술의 해외 유출 문제에는 "그동안 외부로 유출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며, 당분간 유출할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배경에 대한 분석도 정부의 공식 입장과 같았다. "핵 협상이란 큰 틀에서 미국으로부터 자기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벼랑 끝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 "대내적으론 북한 주민들에게 핵 보유국이란 점과 미국의 압력에 맞서 버티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도중 여야 의원 상당수가 "보고 내용이 형편없다"며 국정원을 강하게 질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나라당 정형근.권철현.권영세 의원 등은 "북한의 선언 이전 정부가 발표한 국방백서 내용에서 조금도 진전된 것이 없다"며 "국정원 보고가 언론 보도보다 못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도 "실제로 국정원이 가진 정보력이 이 정도라면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보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원을 상대로 북한 관련 현안을 추가로 보고받은 뒤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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