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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홍신자·삿세 커플 “Love is pla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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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벙실 웃고 있는 신랑, 넓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수줍은 신부, 그 그림 아래에 ‘Love is play(사랑은 놀이다)’라고 쓰였다. 나이도 관습도 훌쩍 떠난 이 커플의 사랑철학을 압축한 메시지가 아닐까? 뒷장은 보너스. 둘의 뽀뽀 사진으로 마무리했다. 올 봄부터 화제였던 홍-삿세 커플이 대망의 결혼식을 올린다. 9일 오후 4시 제주도 제주돌문화공원 하늘연못. 이를 놓고 지인(知人)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모두 7시간짜리 마라톤 전통혼례 겸 공연 이벤트래.” “정력도 좋으시지. 뒤풀이는 그와 별로라니 밤샘을 하려나?” “하객은 200명으로 잡았으니 막상 조촐할 걸?”

내 경우 두 예비 커플을 3월에 만났는데, 삿세는 호인 풍이었다. 부끄럼 타는 그가 잠시 자리 비울 참에 홍신자는 휴대전화에 담긴 닭살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무릎 꿇은 남자가 꽃다발을 바치는 이모티콘과 함께 온 “내 맘을 받아도”. 그걸 보고 누가 즉석건배를 제안했다. “내 맘을~” 선창에 이은 “받아도!” 소리로 자리가 요란했다. 화끈한 축하에 뺨에 홍조 띈 그녀는 분명 꽃 신부였다. 이후 4월 약혼식(전남 담양)은 못 갔지만, 6월 축하잔치(경기도 안성)엔 가봤다. 좋았다. 주인공·하객이 섞여 편안하게 즐기고 덕담 나누는 자리다. 공연도 펼쳐졌다. 지난 반 년 두 커플은 친구들의 그런 축하세례에 묻혀 살다시피 했는데, 결혼식은 그 대미(大尾)다.

그들은 우리의 고정관념도 깨줬다. “70대 사랑은 완숙한가?”라고 누가 홍신자에게 물으니 이렇게 답을 했다. “아직 난 철부지 소녀이고, 이 양반은 열일곱 살 소년”이라고…. 홍신자는 1960년대 이후 미국·인도를 넘나들며 예술실험과 구도(求道)여행을 거듭했다. 국내에 돌아와선 30년 가까이 마음고생을 해야 했는데, 긴 우회로를 거쳐 발견한 건 예술도 명상도 아닌 삶 그 자체였다. 그리고 삿세를 만나 자기 안의 여성성까지 꽃 피웠다. 요즘의 그는 행복한 여자이자, 삶을 즐기는 달인의 모습이다.

물론 둘의 결합은 보헤미안 영혼끼리의 뭉침이다. 각자 이혼의 아픔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만나 사랑에 골인했다. 삶이란 드라마는 때론 그렇게도 쓰여지는 법인데,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다. 요즘 고령화 시대 홍-삿세 커플은 인생 2모작, 3모작의 훌륭한 모델이 아닐까? 인생을 축구경기로 치자면, 50세까지 전반전, 75세까지 후반전이다. 이후는 연장전인데, 둘은 말년 이후 더욱 유쾌 상쾌 통쾌하게 산다. 그걸 배울 일이지만, 기회에 덕담을 좀 해야겠다. “삿세 서방, 자식을 몇 명 둘 진 모르겠으나, 부디 저 한국 신부를 잘 보듬으시고 부디 행복해야 합니다. 아셨죠?”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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