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실 웃고 있는 신랑, 넓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수줍은 신부, 그 그림 아래에 ‘Love is play(사랑은 놀이다)’라고 쓰였다. 나이도 관습도 훌쩍 떠난 이 커플의 사랑철학을 압축한 메시지가 아닐까? 뒷장은 보너스. 둘의 뽀뽀 사진으로 마무리했다. 올 봄부터 화제였던 홍-삿세 커플이 대망의 결혼식을 올린다. 9일 오후 4시 제주도 제주돌문화공원 하늘연못. 이를 놓고 지인(知人)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모두 7시간짜리 마라톤 전통혼례 겸 공연 이벤트래.” “정력도 좋으시지. 뒤풀이는 그와 별로라니 밤샘을 하려나?” “하객은 200명으로 잡았으니 막상 조촐할 걸?”
내 경우 두 예비 커플을 3월에 만났는데, 삿세는 호인 풍이었다. 부끄럼 타는 그가 잠시 자리 비울 참에 홍신자는 휴대전화에 담긴 닭살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무릎 꿇은 남자가 꽃다발을 바치는 이모티콘과 함께 온 “내 맘을 받아도”. 그걸 보고 누가 즉석건배를 제안했다. “내 맘을~” 선창에 이은 “받아도!” 소리로 자리가 요란했다. 화끈한 축하에 뺨에 홍조 띈 그녀는 분명 꽃 신부였다. 이후 4월 약혼식(전남 담양)은 못 갔지만, 6월 축하잔치(경기도 안성)엔 가봤다. 좋았다. 주인공·하객이 섞여 편안하게 즐기고 덕담 나누는 자리다. 공연도 펼쳐졌다. 지난 반 년 두 커플은 친구들의 그런 축하세례에 묻혀 살다시피 했는데, 결혼식은 그 대미(大尾)다.
그들은 우리의 고정관념도 깨줬다. “70대 사랑은 완숙한가?”라고 누가 홍신자에게 물으니 이렇게 답을 했다. “아직 난 철부지 소녀이고, 이 양반은 열일곱 살 소년”이라고…. 홍신자는 1960년대 이후 미국·인도를 넘나들며 예술실험과 구도(求道)여행을 거듭했다. 국내에 돌아와선 30년 가까이 마음고생을 해야 했는데, 긴 우회로를 거쳐 발견한 건 예술도 명상도 아닌 삶 그 자체였다. 그리고 삿세를 만나 자기 안의 여성성까지 꽃 피웠다. 요즘의 그는 행복한 여자이자, 삶을 즐기는 달인의 모습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