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 "개헌 공론화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 14일 국회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右)과 이해찬 총리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김형수 기자

14일 국회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또다시 개헌론이 제기됐다. 이번엔 여당 의원들이 나섰다. 지난 2일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원론 수준의 개헌론을 꺼내든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화답한 형국이다. 특히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얘기는 한걸음 더 나간 것이어서 개헌 문제가 점점 현실의 이슈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 "개헌 일정 만들자"=열린우리당 이석현 의원은 "5년 임기의 대통령 단임제는 과거 독재정권의 독재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제 시대상황이 변했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착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안에 개헌 일정을 국민에게 공개해 개헌을 공론화해야 하며 개헌 문제 연구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헌법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면책특권도 개헌으로 제한하자고 했다. 같은 당 정장선 의원도 "개헌 문제를 정략적으로 다루지 않기 위해 국회의장 직속으로 민간인으로 구성된 헌법개정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내년 초까지 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개헌 연구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이해찬 총리는 "모처럼 경제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당이나 국회.정부가 개헌으로 논의를 벌이는 게 국민의 소망과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니냐"며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과거사 규명 문제도 논란거리였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과거사 문제에 접근하는 이유는 긍정적인 것을 찾아 미래 설계의 기초로 삼자는 것인데 우리는 자랑스러운 역사는 접어둔 채 문제점만 들쑤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최근 외교통상부의 외교문서 공개나 국정원 진실위원회 활동, 광화문 현판 철거 검토 등의 문제는 특정 정치세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이해찬 vs 홍준표=한나라당은 이날 지난해 10월부터 고집해온 이 총리에 대한 '왕따'작전을 해제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이 총리가 자신들에 대해 "차떼기 당"이라고 발언하자 그동안 국회에서 이 총리를 상대로 묻지도 않고 답변도 안 들어왔다.

한나라당 첫 질문자로 나선 홍준표 의원은 "살풀이를 해야 되겠죠"라며 이 총리를 불러냈다. 이어 홍 의원은 이 총리의 사과를 받아내려는 듯 "차떼기 당이라고 한 것은 심했죠" "총리가 야당을 폄훼한 적이 헌정 사상 있었나"며 연거푸 질문을 던졌다. 이 총리는 거듭되는 사과 요구에 굳은 표정으로 "그 문제는 지난해 다 말씀드렸다"고 수차례 되풀이 한 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한 자도 없다"고 못박았다.

김정하.이가영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