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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MVP· 우승 … 여민지 ‘트리플 크라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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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여민지가 대회 득점왕에게 주는 골든부트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연합뉴스]

26일(한국시간) 한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여민지는 우승 트로피와 득점왕(골든부트·8골),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을 휩쓸며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가 FIFA 대회에서 골든부트 또는 골든볼을 수상한 건 여민지가 처음이다.

남자 선수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홍명보(현 올림픽팀 감독)가 브론즈볼(최우수선수 3위)을 받았고, 여자 선수로는 지난달 지소연(19·한양여대)이 U-20 여자월드컵에서 실버슈(득점 2위)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여민지의 활약은 눈부셨다. 고비마다 그의 발끝에서 승리의 축포가 터졌다. 남아공과의 첫 경기에 교체 출전해 1골·1도움으로 활약한 여민지는 멕시코와 2차전에서는 2골을 뽑아냈다. 고비였던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는 4골로, FIFA 대회 사상 한국 선수 한 경기 최다골 신기록을 작성했다. 스페인과 준결승에서는 0-1로 뒤지던 상항에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성치 않은 몸 상태에서 이룬 쾌거라 더욱 의미가 깊다. 여민지는 지난 7월 강원도립대와 평가전에 나섰다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성장통으로 3개월간 양쪽 무릎에 깁스를 했고, 함성중 3학년 때도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대회 직전까지 그를 치료한 고려대 병원 의료진은 부모와 코칭스태프에게 “이런 몸으로 정말 경기를 뛰게 할 거냐”고 만류할 정도였다.

계속된 출전으로 지칠 대로 지친 여민지는 마지막 경기였던 이날 결승전에서 자주 넘어졌고, 특유의 빠른 돌파를 보여주지 못했다.

여민지는 경기가 끝난 뒤 “오늘 많이 아팠다. 그래도 꾹 참고 뛰었다”면서도 “앞으로 부족한 점, 월드컵에서 느꼈던 점을 잘 보완해 더 큰 선수, 항상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잘했다기보다 동료들이 잘해줘서 내가 대신 (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더 알리고,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 세계로 나가고 싶다. 저돌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민지의 모교인 경남 창원 명서초등학교에서 TV중계로 딸의 경기를 지켜본 여민지의 어머니 임수영씨는 “민지가 넘어질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승부차기를 할 때 뛰어가 뒤에서 안아주고 싶었다. 우승을 정말 고대했기 때문에 민지가 제일 많이 우승했던 초등학교 때의 유니폼을 들고 응원했다”며 “오늘 골을 못 넣었기 때문에 민지가 골든볼을 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른 선수들이 함께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골든볼을 탄 것 같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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