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0·3 전당대회 후보 동행취재 ① 정세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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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후보가 2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지역 대의원 대회에서 당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26일 오전 11시. 다음 달 3일 실시될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세균 후보가 경기도 의정부의 문희상 의원 사무실에 마련된 좌석에 이인영·최재성 후보와 나란히 앉았다. 세 후보 모두 이 지역 대의원들과의 만남을 요청해 함께 자리한 것이다. 한 대의원이 “3명 다 총학생회장 출신(정·이 후보는 고려대, 최 후보는 동국대)”이라고 소개했다. 정 후보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2년 전 당 대표가 됐을 때 참 어려웠다. 하지만 당이 기초 체력를 갖도록 변화시켜 이제는 ‘큰 변화’와 ‘판 키우기’가 가능해졌다. 사실 ‘빅(big, 큰)3’라고 하는데 가슴에 손을 얹고 이야기하면 ‘스몰(small, 작은)3’다. 재선시켜 주면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다.”

대의원과의 간담회 뒤 친노(노무현 전 대통령계) 인사들과 오찬을 하러 숨가쁘게 서울로 향하는 정 후보의 카니발 차량에 동승해 질문을 던졌다.

-왜 다시 정세균이어야 하는가.

“다음 총선·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빨리 다른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 그 점에서 6·2 지방선거 때 야권연대로 신뢰를 쌓았던 내가 낫다.”

-대표 시절 민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존재감이 없었으면 어떻게 선거에 이기고 지지율이 올라갔겠나. 다른 후보들은 지난 2년을 자꾸 폄하해 반사이익을 보고 싶겠지만 당을 너무 자해하면 (그들에게) 부메랑이 될 거다.”

-손학규·정동영 후보는 정 후보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한다.

“손 후보가 ‘비호남’을 내세워 처음엔 바람이 일었지만 지금은 대의원들이 대권 후보가 아닌 당 대표를 뽑는 거라 정리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도 소수의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있지만 확장력이 없다.”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인사들과 가깝다.

“486과는 좀 더 진보적이고,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이 통한다. 다음 세대도 키워야 한다. 송영길(인천시장), 안희정(충남지사)도 지도부(최고위원)를 한 게 지방선거 당선에 도움이 됐다.”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대의원대회. 정 후보는 대의원 수백 명과 악수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한 대의원은 정 후보에게 “대표가 돼도 똑같은 길로 가면 아쉬움이 있지 않겠나”라는 가시 있는 얘기도 했다.

- 그 대의원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표직에 안 나오고 대선에서 뛰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 아니겠나. 하지만 대표를 하라는 사람이 더 많다. 내가 부족함은 있지만 흠은 없는 사람 아니냐.”

-대선 출마 의향도 있지 않나.

“가능성을 배제 않고 있다. 하지만 관심은 ‘정세균 정부’보다는 민주당 정권을 세우는 거다.”

-만약 이번 경선에서 2위가 된다면.

“난 대표에 출마한 거지 최고위원에 출마한 게 아니다.”

인천으로 이동하던 정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부동표가 반 가까이 된다. ‘정치도사’들인 대의원들을 설득하려면 막판 일주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의정부·인천=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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