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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 여자월드컵] 업어주고 싶은 우리의 딸 2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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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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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 연장전까지 120분간 혈투는 3-3으로 끝났다. 남은 건 승부차기. 시작부터 꼬였다. 일본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첫번째 키커 이정은(함안대산고)의 킥이 일본 골키퍼 히라오 에리에게 막혔다. 0-1 상황.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역전의 명수’에게 미소를 지었다. 일본 2번 키커 와다 나오코의 킥이 크로스바를 넘었다. 반면 한국 에이스 여민지(함안대산고)는 차분하게 킥을 성공시켰다.

한국의 승부차기 여섯 번째 키커로 나선 장슬기(오른쪽)가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일본 골키퍼 히라오 에리가 몸을 던졌지만 막아내지 못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과 연장 끝에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포트오브스페인=연합뉴스]

되레 일본이 쫓기는 처지가 됐다. 4-4 동점에서 일본 6번 키커 무라마쓰 도모코가 크로스바를 맞혔다. 한국의 마지막 키커 장슬기(충남인터넷고).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골네트 상단에 공을 꽂아 넣었고 대역전극이 완성됐다. 서로를 얼싸안은 선수들은 눈물 대신 함박웃음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장슬기(등번호 3번)의 골로 우승이 확정되자 한국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오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과 6골을 주고받으며 접전을 펼쳤다. 최덕주 대표팀 감독은 우승 직후 “꿈만 같다”고 말했다. [포트오브스페인=연합뉴스]

역전 드라마는 전반전부터 시작됐다.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던 최덕주 감독의 독려 속에 한국은 전반 6분 이정은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하지만 전반 11분과 17분 연거푸 실점하며 주도권을 일본에 내줬다. 1-2로 뒤진 채 하프타임에 들어갈 것 같던 전반 46분, 주장 김아름(포항여자전자고)의 오른발이 빛났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중거리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26분 중거리슛으로 골대를 강타했던 그 오른발이 이번에는 빗나가지 않았다.

기본기가 탄탄한 일본은 강했다. 후반 초반 경기 주도권을 잡은 일본은 후반 12분 가토 지카의 골로 다시 앞섰다. 하지만 골을 내주면 집중력이 더욱 강해지는 한국이었다. 후반 34분 이소담(현대정보과학고)은 그림 같은 하프발리슛을 성공시켜 3-3 동점을 만들었다. 바로 1분 전 김나리(현대정과고)를 빼고 이소담을 투입한 최덕주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한국은 8강전과 준결승전에서도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는 0-2로 뒤지던 경기를 6-5로 뒤집었다. 스페인과 준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을 내줬지만 16분 만에 2-1 역전에 성공했다. 주눅들지 않고 제 실력을 100% 발휘한 덕분이다. 언니·오빠들이 오르지 못한 최고의 자리에 선 한국축구의 차세대 소녀들. 세상을 향해 당당하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쾌속세대’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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