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보유 공식선언] 동북아에 '핵 도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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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동북아의 '핵 도미노'로 이어질까. 핵 도미노란 한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이에 위협을 느낀 인접국이 줄줄이 뒤따르는 현상이다.

우선 직격탄을 맞게 되는 곳은 한국이다. 한국은 그동안 연간 20조원을 국방 부문에 투입하며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는 재래식 군사력에 한정된 얘기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노훈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손에 쥘 경우 남북 간의 군사적 균형은 일순간에 깨진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한국의 선택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북한의 대남 군사력 우위를 인정하며 평양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것이다. 둘째는 자체적으로 핵 개발에 나서는 방안이다. 둘 다 한국으로서는 힘든 선택이다.

중국도 난처해졌다. 베이징(北京)은 그동안 동북아 유일의 핵 보유국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로 중국의 핵 독점체제가 깨지게 됐다. 또 평양의 핵 보유는 자칫 한국.일본.대만의 핵 도미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중국에 최악의 외교.안보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을 포기시키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본도 내심 핵 개발의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2002년을 기준으로 국내에 5.4t, 해외에 33.4t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에서 재처리돼 반환되는 플루토늄까지 합치면 일본은 수년 내 65t의 플루토늄을 갖게 된다.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이는 핵무기 1만3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게다가 2006년 7월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이 가동될 경우 일본은 연간 7t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안기부장 특보 출신인 이동복씨는 "기술력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내 핵 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동북아에 당장 핵 도미노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한국.일본이 핵 개발에 착수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전봉근 평화협력원장은 "지금은 미국과 협력해 북한 핵 개발을 저지하는 데 주력해야지 자체 핵 개발에 나서는 것은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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