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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동거 커플 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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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24세 여성은 자신의 페이스북 상태를 ‘교제 중’에서 ‘복잡함’으로 바꾼 뒤 ‘커플 상담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게시판은 커플 카운슬링 관련 정보를 검색하려는 사람들의 질문으로 넘쳐난다. Y세대 여성 전용 사이트 트레슈가에 실린 커플 카운슬링 기사의 댓글로 한 여성이 만난 지 3개월 된 남자친구와 함께 상담을 받으러 간다는 의견을 올렸다. 그러자 3개월은 너무 이를지 모른다는 댓글이 붙었다. “그래도 6~9개월 뒤 관계가 제법 진지하고 빠르게 진행된다면 괜찮을 듯하다.” 하지만 왠걸 “내 남자친구와 나는 첫 데이트에 카운슬링을 받으러 갔다”는 댓글까지 올라왔다.

CAN THIS THREE-MONTH ROMANCE BE SAVED? #20대 후반~30대 초반 미혼 커플 중 전문가 상담을 받는 비율이 늘어간다

연애 커플의 질문이 이젠 “우리 관계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나요?”에서 “도움을 청하기에 너무 이른가요?”로 바뀌는 추세다.

필라델피아의 심리학자 마이클 브로더 박사는 35년 넘게 커플들을 상담해 왔는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그룹 사이에서 상담치료가 갈수록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고 전했다. “어느 때보다 젊은 미혼 커플이 많이 찾아온다”고 그가 말했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난 10~15년 새 크게 늘었다.” 브로더의 추산으로는 현재 그와 상담하는 커플의 3분의 1이 미혼이며 그중 일부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 러트거스대 전미 결혼 프로젝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어림잡아 전체 가구의 8.1%가 미혼 남녀 파트너로 이뤄졌으며 인구조사 통계를 보면 1960~2000년 사이 미혼 파트너 수가 10배 증가했다. 18~29세의 Y세대가 미국 전체 기혼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9%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남녀가 말다툼할 새도 없이 결혼하기도 했지만 개인적 성장 가능성에 갈수록 높은 가치를 둘 뿐 아니라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파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젊은 커플은 서로 기대어 살 만한지 여러 해에 걸쳐 확인한 다음에야 주례 앞에 서려 한다.

물론 요즘 대부분의 젊은 사람은 5년여가 넘는 관계의 경우 거의 서로를 부부나 마찬가지로 여긴다. 오랜 미혼 커플 그룹을 대하는 심리상담사나 대인관계 코치들은 종종 그들에게서 기혼 커플과의 차이점보다 유사점을 더 많이 발견한다고 말한다. 브로더는 처음 몇 달간 사랑이 불타오르는 밀월 기간의 열정이 가라앉은 뒤 권태기에 빠지면서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할지 재평가할 목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커플들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장기적인 관계를 도파민에 도취되는 시기를 뛰어넘는 관계라고 정의한다”면서 동시에 “모든 일이 기계적으로 일어나는 권태기를 넘어서는 관계를 가리킨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미혼 커플의 경우 상담치료는 전통적인 기능에 충실하게 갈등하는 파트너를 다시 가깝게 엮어주는 전환점 구실을 한다. 하지만 파트너가 더 마음 편히 헤어지도록 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도 갈수록 는다. “대학원 때 당시 이른바 ‘결혼 카운슬링’이라는 강의에서 부부관계가 계속 유지되면 성공적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라고 배웠다”고 브로더는 말했다. “나는 ‘행복한 커플’ 따위는 없다고 본다. 대신 두 명의 행복한 개인이 있다. 커플은 인위적인 결합이다. 일종의 기업과 같다.” 두 사람의 불행한 관계를 지속하는 건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상담치료를 받는 커플의 한 쪽은 관계의 장기적인 지속에 더 열의를 보인다고 브로더는 말했다. 이런 경우는 전문가들이 흔히 책이나 강연에서 말할 때보다 사실은 더 일반적이다. 그러나 커플 중 더 심한 갈등을 느끼는 쪽에게 상담치료란 관계를 개선하려는 성실한 시도일지 모른다. 결국에는 관계를 끝내야겠다고 판단하더라도 말이다.


이혼이 그렇게 일상적으로 흔하게 일어나며 결혼의 장기적인 성공이 그렇게 험난하고 절반의 확률밖에 안 되는 상황에선 커플 컨설턴트들이 종종 부모도 못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 둘 다 이혼한 부모를 뒀다”고 뉴욕에서 거주하는 로스쿨 졸업생인 29세의 메리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마음을 정하지 못하다가 6개월 동안 매주 상담치료를 받은 뒤 마침내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했다. “상담가는 무엇이 정상이고(건강하고) 그렇지 않은지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줬다. 예컨대 나는 늘 고함소리가 나야 정상인 집에서 성장했다.”

“나는 성의껏 노력하고자 했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그리고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관계가 불확실한 커플은 관계를 살리려는 ‘마지막 노력’을 한다는 생각과 함께 ‘성실한 노력’(또는 비슷한 어구)을 한다는 표현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전문가는 문제가 있으면서도 동거 관계를 장기간 지속하는 미혼 파트너들을 바람직하게 보지 않는다. “문제는 ‘나중에 잘못되면 결혼을 안 하면 되지 뭐’ 라는 생각에 기대어 결국엔 타성에 젖게 된다는 점”이라고 휴스턴에 있는 관계 코치이자 심리치료사인 줄리 나이스가 말했다. “따라서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나는 연애 중인 커플들에게 기본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결혼할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와 함께 살 필요가 없다. 그건 백주대낮에 불을 켜듯 쓸데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

효과적인 상담은 습관적이라기보다 맞춤형이라고 믿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런 상담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하지만 정보를 얻고 평가를 하려는 목적이지 상대방을 헐뜯는 자리는 아니다.” 그녀는 또 사람들이 엉뚱한 이유로 상담을 받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상담을 받으면서 남보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우쭐함을 느끼게 하는 재미있는 일이라 여긴다.”

앤 지프는 자신의 일을 “이혼 방지”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1980년대 후반 이후부터 결혼과 가족 상담전문가로 활동해 왔으며 코네티컷주 웨스트포트와 뉴욕시에서 일한다. “내 고객 중 서로 전적으로 헌신하면서도 결혼하지 않는 커플이 갈수록 늘어난다”면서 “ ‘단순히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커플 상담을 받으려고 찾아오는 일이 드물다”고 말했다.

지프는 미혼 커플과 상담할 때 그들이 한 세대 남짓 전의 커플들보다 진지함이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한 세대 전의 커플들은 더 빨리 결혼했으며 결혼하지 않고 오랫동안 동거하거나 데이트하는 일이 적었다. 대신 그녀는 이들 미혼 일부일처주의자들을 결혼에 따르는 위험을 극도로 경계하는 집단으로 간주한다. “일반적인 결혼이 어림잡아 7년 반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초혼의 40% 안팎, 재혼의 60%가 이혼으로 끝난다”고 그녀가 말했다. “따라서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거의 누구나 결혼에 실패한 사람을 알게 된다. 요컨대 미혼 커플의 문제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한다기보다 그에 더 앞서는 불안감이다.”

물론 경험 많은 상담치료사, 카운슬러, 또는 성직자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말한다. 누군가 관계개선에 관심을 표명한다고 해서(가령 커플 상담치료를 받는 식으로)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거나 나아가 그것이 정말로 그 사람이 원하는 결과라는 뜻은 아니라고 말이다. 가끔씩 지프는 커플 중 한 쪽과의 개인 상담에서 그 사람은 차라리 관계를 끝내고 싶어하지만 그 방법을 모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한다. “내가 할 말은 ‘그것을 아는 사람이 우리 두 사람뿐인가요?’가 전부다.”

[필자는 맨해튼에서 거주하는 저술가다. 최근 애완동물 심령술사와 관련된 글을 뉴스위크에 기고했다.]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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