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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일본을 지배하는 사무라이 정신, 세월 따라 어떻게 변해왔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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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무라이
스티븐 턴블 지음
남정우 옮김
플래닛미디어
302쪽, 1만9800원

일본인 남녀노소에게 사무라이란 지금도 이상적 인간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꽃은 벚꽃, 사람은 사무라이”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5000엔 권 지폐에 등장했던 인물인 근대 일본의 지식인 니토베 이나조(국제연맹 초대 사무차장)가 무려 1세기 전에 펴냈던 책 『사무라이』(2004년, 생각의나무)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그렇다. 한국인에게 다소 거북한 얘기이지만, 어쨌거나 일본 꼬마들은 예나 지금이나 사무라이 얘기를 들으며 성장한다.

같은 제목의 새 책 『사무라이』는 지일파(知日派) 영국인 스티븐 턴블이 쓴 입문서인데, “지금도 일본사회를 지배하는 사무라이 정신”을 탐색하기 위해 저술됐다. 이에 따르면 최초의 사무라이 출현은 10세기 무렵. 당시 중앙정부가 사회적 위협에 노출된 지방 수령들에게 무사를 거느릴 수 있는 권한을 준 게 시작이다. 이때 경호· 군사 서비스를 제공했던 무리는‘시중을 드는 자’(侍)로 불리기 시작했다. 별 신통치 않았던 그 말은 영주를 호위하는 엘리트 세력이자, 특별한 사회세력을 뜻하는 말로 빠르게 진화했다.

전투 중인 한 사무라이의 모습을 담은 우타가와 구시요시의 판화. 깃발의 둥근 흑색 문장은 “내가 바로 전투의 길잡이”란 뜻으로 그가 지휘관임을 나타낸다. [플래닛미디어 제공]

실은 사무라이와 관련된 모든 게 진화의 산물이다.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번쩍이는 일본도야말로“사무라이의 영혼”이라고 말했지만, 초창기에는 활이 더 중요한 무기였다. 사무라이도 본래 기마(騎馬) 궁수로 출발했으니까. 다분히 역사적 접근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왜 사무라이가 독특한 생사관을 갖게 됐나를 묻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말대로 그들은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니 세상 영화란 꿈속의 꿈”으로 생각했다. 불교적 생사관이 입혀지면서 독특한 사무라이의 세계관이 완성된 것이다.

저자는 그걸 고요함의 역설(the paradox of tranquility)이라고 본다. 즉 다도(茶道)· 일본 정원 취미 등 그토록 정적이고 심미적인 감식안을 가진 엘리트계층이 어느 순간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격렬한 싸움에 나서는 이중성을 그렇게 풀어낸 것이다. 그러나 새 책『사무라이』가 엄청 매력적이거나 새로운 저술이라고 하기에는 좀 망설여진다. 이 분야에는 수많은 입문서가 많은데, 자기만의 그 무엇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단 도판은 매우 훌륭하며, 편집도 효과적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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