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레이디가가 이긴 아이폰녀, '남자의 자격' 합창단 선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 오디션장. 아담한 체구의 한 여성이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등장했다. 마이크 앞에 선 그녀는 이내 Karina의 Slow Motion를 열창하며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였다. 결과는 '합격'. 그녀는 그렇게 합창단 단원이 됐다.

분당 최고시청률인 28.2%를 달성하며 '주말예능계의 1인자'로 등극한 KBS '남자의 자격-남자 그리고 하모니'. 프로그램의 인기만큼이나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 합창단의 소프라노인 신인가수 김여희(22)씨다. 김씨는 네티즌 사이에선 낯익은 인물이다. 지난 3월, 아이폰 어플을 이용해 그녀가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 UCC가 이미 한차례 이슈가 된 바 있기 때문이다. 조회수는 1000만을 훌쩍 넘어섰고, 유투브를 통해 해외까지 알려졌다. 엄청난 파급력이였다. UCC는 미국의 'CNN', '월스트리트 저널'과 '영국 '더 선' 등에 소개됐고, 경제지 '포브스'의 수석 편집장인 대니얼 라이언스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녀의 창조성을 극찬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아이폰녀'라는 닉네임이 생겼다.

지난 14일, 강남구 일원동의 한 녹음실에서 앨범 준비에 한창인 그녀를 만났다. "'아이폰녀'는 풀어야 할 숙제죠."라고 운을 뗀 그녀는 '아이폰녀'로 주목을 받긴 했지만 꼬리표가 된 것도 사실이란다. 실용음악과 출신인 김씨는 꾸준히 가수준비를 해왔다. 음악 작업 중 '놀이'의 일환으로 아이폰 연주와 노래를 하게 된 것이 UCC로 제작되며 화제가 됐고,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앨범 홍보 전략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게 됐다. 이에 그녀는 "이해해요. 네티즌 입장에선 '보여지는게 다'일테니깐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죠."라며 당찬 포부를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의 자격'은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아이폰녀'를 넘어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절대 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 하나가 주목받기보다는 합창단원으로써 역할을 해내고 싶었어요." 그녀는 23명의 합창단원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방송 후,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예전엔 '아이폰녀'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제 이름 '김여희'를 불러주세요." 이제야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영국의 유명 모바일 사이트인 '폰스리뷰'에서는 아이폰4의 차세대 모델로 김여희와 레이디 가가를 두고 투표를 벌였다. 김씨는 국내외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76%의 득표율을 달성했다. 그녀는 "레이디 가가와의 경쟁이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네요."라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폰4 출시가 그녀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조금 남다르다. 그녀는 "아이폰4가 출시됐으니 이제 저도 업그레이드 되야죠."라며 센스있는 각오를 다졌다.

김씨는 요즘 10월에 발매될 싱글2집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잠자는 시간, 밥먹는 시간을 뺀 모든 하루일과를 작업실에서 보낸다. 지난 5월, 자작곡 '나의 노래'로 첫 앨범을 발매했지만 성과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아이폰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했듯이, 저도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진정한 가수'가 되어있지 않을까요?"라며 웃어보였다.

류혜은 작가·손진석PD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