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동안 5골 먹어주기’ … 문화부, 축구협회에 조사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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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고교 축구 명문인 포철공고와 광양제철고가 승부조작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두 팀은 포스코 산하의 프로 구단인 포항 스틸러스(포철공고)와 전남 드래곤즈(광양제철고)에서 운영하는 축구단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진상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엄정한 조사와 문책을 촉구했다.

문화부는 두 학교의 승부조작 의혹과 관련해 1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선규 제2차관은 “이번 사건을 일회성 해프닝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체육계에 공정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축구협회에 강력한 징계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축구 챌린지리그가 포철공고와 광양제철고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시끄럽다. 사진은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한 광주 금호고 축구선수들이 14일 교내 축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광주=뉴시스]

축구협회는 문화부보다 한발 앞서 움직였다. 13일 오세권(축구협회 상벌위원회 부위원장)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당시 경기 감독관과 심판, 목격자들의 증언과 경기 자료를 취합해 3~4일 내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오 위원장은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 감독 징계는 물론 두 학교의 왕중왕전 출전권 박탈도 가능하다”고 했다.

승부조작 의혹은 11일 SBS 고교클럽 챌린지리그(프로축구 산하 유소년팀) B조 예선 최종전에서 불거졌다.

이날 전까지 광양제철고(승점 23점)가 1위, 울산 현대고(승점 21점)가 2위였다. 광주 금호고와 포철공고(이상 승점 17점)는 골득실차로 3, 4위를 달리고 있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3위까지 주어지는 왕중왕전 진출 팀이 가려지는 상황이었다.

금호고는 현대고를 2-0으로 꺾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에 열려야 할 광양제철고-포철공고전이 8분 늦게 시작됐다. 광양제철고는 1-0으로 앞서다 금호고 경기가 끝난 시각인 후반 33분부터 9분 동안 5골을 내주며 1-5로 역전패했다.

결국 금호고는 4위로 밀려 탈락했고 포철공고가 3위로 왕중왕전에 올랐다. 하지만 광양제철고와 포철공고가 포스코교육재단 산하 학교인 데다 광양제철고 선수들이 기본적인 수비조차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손형선 광양제철고 감독과 박형주 포철공고 감독은 “승부조작은 절대 없었다. 9분에 5골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SBS 고교클럽 챌린지리그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시작한 주말리그제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회복을 위해 도입된 대회가 2년 만에 승부조작설에 휘말렸다.

최수용 금호고 감독은 “학생들 볼 낯이 없다. 이런 일을 하고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하는 지도자의 사고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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