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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설 특집] 23년 만에 영화 돌아온 김미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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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김미숙(46)은 '말아톤'을 찍는 동안 따로 거울을 보지 않았다. 장애아를 둔 어머니가 화장.옷 등에 신경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말아톤'은 김미숙이 2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작품. TV 드라마 속의 단아한 얼굴이 영화에선 강단지게 변한다. 혼자 세상을 헤쳐가기 어려운 아들을 보살펴야 하는 '어머니의 힘'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배역이다.

"내내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찍었어요. 저야 집에 돌아오면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영화 속 어머니는 항상 아픔을 지니고 살잖아요.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에 감사하고, 아이들에게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어머니 역할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먹고 살기가 힘겨웠던 시대의 어머니는 자녀에게 모든 것을 주는 희생적 모습이었다면 비교적 여유가 생긴 요즘의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서로 '존재의 의미'를 일러주는 동반자 성격이 강하다는 것. '말아톤'은 그렇게 달라진 어머니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아톤'을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직접 특효약을 개발한 부부의 실화를 다룬 미국 영화 '로렌조 오일'에 비교했다. "영화의 모델이 된 어머니가 쓴 책을 보면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한마디에 모든 메시지가 들어 있어요."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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