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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추석 … 기업도 소비자도 ‘손 안의 PC’ 거대한 시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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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추 석을 1주일 앞둔 요즘 이동통신 업계엔 긴장이 감돈다. 사상 첫 ‘스마트 명절 연휴’라는 승부처를 맞은 때문이다. 7개월 전 설 무렵 스마트폰 사용자는 125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세 배 이상인 394만 명이다. 곳곳에 와이파이존이 생겼고, 통신 업체들은 앞다퉈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손안의 PC’ 스마트폰과 넘쳐나는 애플리케이션, 끊김 없는 인터넷 사용이란 새 환경은 국민들의 추석 쇠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둔 14일, 경기도 분당의 KT 무선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은 부산했다. 전국 176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 156곳에 와이파이(WiFi, 근거리 무선랜) 설치를 완료한 것이 하루 전이었다. 나머지 20곳도 추석 전까지 망 구축을 마쳐야 한다. 이대산 본부장은 “귀성에 나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전국 모든 휴게소에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막바지 작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분당의 SK텔레콤 네트워크관리센터도 바쁘기는 마찬가지. 이동 중에도 추가 요금 없이 인터넷을 쓰는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때문이다. 이장영 센터장은 “혹여 트래픽 폭증으로 인터넷이 잘 되지 않을까, 전국 요금소 같은 병목 예상 구간에 용량 증설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7개월 새 달라진 세상=스마트폰 열풍이 명절 연휴의 풍속도를 확 바꿔놓을 듯하다. 설 연휴가 들어 있는 지난 2월만 해도 스마트폰은 ‘찻잔 속 태풍’이었다. 2월 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125만 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4960만 명)의 2% 남짓에 그쳤다. 그러나 일곱 달이 지난 지금은 394만여 명으로 8%에 이른다.

스마트폰은 ‘손 안의 PC’다. 내비게이션·게임기·MP3플레이어·소형TV와 카메라 역할을 두루 한다.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한 곳이면 어디서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 이동 중 사용에도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스마트폰을 주로 전화 용도로만 써온 건 기계에 서툴기도 하지만 비싼 데이터 통신료 때문이었다. 한데 요 몇 달 새 이 부분이 확 달라졌다. KT와 SK텔레콤이 전국 각지에 사실상 무료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와이파이 존을 앞다투어 구축한 것이다.

더 큰 변화는 바로 지난주 시작됐다. SK텔레콤에 이어 KT가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월정액 5만5000원 이상 사용자에겐 데이터 통신 용량을 무제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LG유플러스도 추석 전에 이 요금제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제 스마트폰을 정말 ‘스마트폰 답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이 긴 연휴를 앞두고 활짝 열린 것이다.

◆‘인터넷 불통’ 걱정 덜어=덕분에 귀성객들이 편해졌다. 맞벌이 주부 이민희(45·경기도 안산)씨 가족은 이번 추석 연휴에 충남 서천군 시댁과 친정에서 4박5일간 느긋하게 지내기로 했다. 고향에서 이처럼 긴 시간을 보내긴 오랜만이다. 양가 모두 어르신들만 계신 집이라 인터넷이 안 됐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17세, 23세인 두 아들은 인터넷 게임을 하지 못해 몸을 비틀 필요가 없어졌다. 남편과 e-메일과 웹 검색을 하려고 읍내 PC방이나 인근 친척집을 찾아다니던 노고를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이씨는 “남편과 큰아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명절 내내 무선 인터넷을 마음껏 쓸 요량으로 가입 요금제를 4만5000원에서 5만5000원짜리로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한 번 ‘꿈쩍’할 때마다 몇 가지씩 챙겨야 했던 디지털 기기 수도 줄었다. 매니어가 아니라면 MP3플레이어, 카메라,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모두 필요치 않다. 게임기도 마찬가지다. 하루 수십 개의 새 게임이 올라오는 스마트폰 온라인 장터들을 훑어보는 게 외려 흥미진진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이용자라면 통신료 걱정 없이 원하는 게임·음악·영상물을 마음껏 돌려볼 수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실시 뒤 가입자들의 무선데이터 이용량이 종전보다 30%가량 늘었다.

SK텔레콤 온라인 장터 ‘T스토리’를 운영하는 OPM사업팀의 김보영 매니저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생활밀착형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이라며 “길 찾기, 메신저, 불법파일 검색, 뉴스 보기가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현재 T스토어의 분야별 앱 다운로드 순위는 생활·위치(44%), 재미(34%), 게임(11%), 음악(4%) 순이다.

◆‘추석 레이스’ 승자는=이번 추석은 이통사 내비게이션(이하 ‘내비’) 서비스의 시험대라 할 만하다. 그간 이통업계 대표 내비는 SK텔레콤의 ‘T맵’이었다. 이번 추석에는 KT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이폰4 국내 출시 이튿날인 11일 애플 앱스토어에 ‘쇼내비’ 앱을 올린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는 이 앱을 공짜로 내려받은 뒤 무선 인터넷으로 디지털 지도를 수신하면 막히지 않는 길을 실시간 안내받을 수 있다. KT는 이 앱을 추석 전에 상용화하기 위해 통상 일주일 정도 걸리는 앱 등록 기간을 이틀로 단축하는 열성을 보였다.

하지만 연휴 중 벌어질 이통사 간 레이스의 본령은 역시 원활한 인터넷 접속이다. KT·SK텔레콤·LG텔레콤 모두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선언한 마당이다.

하지만 수도권 내 요금소 부근 등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리는 지역에선 언제 데이터 송·수신이 제한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친지들이 모이는 만큼 각자 보유한 스마트폰의 성능과 디자인, 이통사 서비스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 오랜만에 맞은 여유시간을 ‘스마트폰 탐구’에 바칠 작정인 이들도 많다. 이통업계는 물론 단말기 제조사, 앱 개발사들마저 이번 ‘추석 레이스’ 결과에 맘 졸이는 이유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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