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고적 발굴 일본인 60년 만에 보고서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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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제시대 때 국내 고적 발굴 작업에 참여했던 일본인 학자가 당시의 발굴조사 보고서를 60년이 지난 뒤 일본에서 펴냈다. 한국어로 작성된 보고서는 지난 2일 국내에 수입됐다.

보고서 이름은 '조선고적연구회유고 Ⅲ'(사진 (右)). 저자는 올 97세인 아리미쓰 교이치(有光敎一.(左))다. 그는 1931년부터 해방 직전까지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고적연구회 소속 조사원 자격으로 전국 각지의 고적 발굴 조사 작업에 참여했고, 해방 뒤 1년간 일본에 돌아가지 않고 한국의 고고학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귀국한 뒤로는 일본 교토(京都)대 교수로 재임하다 71년 정년퇴임했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너무 늦어 아쉬움도 있지만, 이들 고분에 대해 불완전하게나마 보고할 수 있게 되어 조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43년 평양 석암리 218호분(墳)과 평양 적상리 24호분의 발굴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모두 115쪽인 보고서는 각 고분의 구조와 유물 출토 상황을 상세하게 기술했고, 100장이 넘는 발굴 개념도와 현장 사진, 유물 등 풍부한 자료를 담고 있다.

배기동 한양대 고고학과 교수는 보고서에 대해 "평양 석암리.적상리 고분의 도록은 이미 학계에 보고된 것이지만, 당시의 발굴 책임자가 상세한 해설과 함께 총정리했다는 학술적 가치가 있다"며 "초기 한국 고고학에 큰 영향을 끼쳤던 저자가 마지막까지 학자로서의 정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저자의 '조선고분연구회유고' 마지막 작품으로, 1.2권은 2000년과 2002년 일본에서 각각 발행된 바 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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