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년간 은행에 1억 맡겼다면 실질이자 34만원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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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52)씨는 최근 은행에 맡겼던 정기예금 1억원을 찾고서 매우 실망했다. 세금에다 물가상승을 감안해 따져보니 이자로 벌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기가 6개월이나 남았지만 모두 찾아 주식연계증권(ELS)과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회사원 이모(35.여)씨는 월 100만원씩 붓던 은행 적금을 그만두고 지난해 10월부터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이자가 너무 적어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돈을 굴려야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쥐꼬리만한 은행예금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기예금에 가입해 지난 1년간 1억원을 맡긴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34만원을 손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이 지난해 연평균 3.9%까지 떨어지면서 이자소득세(16.5%)와 물가상승분(3.6%)을 빼고 나면 1년 후 원리금이 처음 맡긴 원금보다 가치로 따져 34만원(0.34%) 줄어든다는 것이다.

◆ 왜 손해인가=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현상은 지난해 처음으로 본격화됐다. 실질금리는 2003년에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0.01%에 그쳤기 때문에 원금은 거의 보존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실상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은행 정기예금에 1억원을 맡기면 1년 뒤 명목상 이자는 390만원이다. 여기서 이자소득세를 빼고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325만6500원이다. 또 물가상승분(1억원어치 소비할 경우 360만원)을 제외하면 실질이자는 마이너스 34만원가량 되는 것이다. 처음 맡겼던 1억원의 실질가치(실질구매력)가 9966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 왜 이렇게 됐나=은행에 예금을 해서 손해를 보는 것은 저금리 추세 때문이다. 실질금리는 1996~2000년 2~5%대였으나 2001년부터 본격화된 저금리 추세에 따라 1% 미만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1억원을 맡길 때 실질이자는 99년 519만원에서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34만원까지 내려왔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에 비해 예금 금리를 많이 낮춘 것도 원인이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는 2002년 1.5%포인트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2.18%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 바람에 개인들은 지난해 은행 예금이자가 크게 줄면서 4조7000억원의 이자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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