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공사 중단 싸고 정부와 다시 평행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3일로 단식 100일을 맞았지만 지율 스님과 정부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두 가지 쟁점 가운데 하나인 환경영향 공동조사는 정부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불씨의 절반은 제거됐다. 하지만 천성산 터널을 뚫는 발파공사의 중단 여부를 놓고 양쪽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 쪽에서는 발파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공사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율 스님 측은 토목공사는 계속하더라도 발파 공사만은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널 공사가 습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그 때문에 조사를 하자는 것인데 발파 공사를 계속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파 공사를 최소화하겠다며 계속 설득한다면 지율 스님이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일단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공동조사단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는 큰 이견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달 지율 스님이 요구한 내용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조사단은 사업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측과 지율 스님이 같은 수로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 3개월 정도 운영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문제는 공동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선 습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을 경우에는 지율 스님 측이 조사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정부로서는 이번 한 번의 '양보'로 지율 스님과 천성산 터널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조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거나, 터널공사가 어떤 형태로든 습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환경단체 측에서는 전면 재조사와 노선 변경까지 요구하고 나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 일부에서는 환경영향조사가 아니라 아예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영향조사는 결과를 사업자가 참고하는 수준이지만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의 경우는 사업자 측이 평가 결과를 반드시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건교부와 철도시설공단 측은 "1994년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3년 정밀조사까지 실시한 바 있어 재평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쪽에서는 천성산 터널뿐만 아니라 새만금 간척사업 등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에도 환경영향평를 재실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가'가 아닌 '조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