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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미래, 부품·소재에서 찾다 ② 뼛속까지 국산 자동차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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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3일 오후 경기도 기흥시에 있는 ㈜만도의 중앙연구소에서 이한주 연구원(왼쪽)이 외국인 직원과 함께 지능형 레이더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만도 제공]

만도는 2008년부터 센서뿐 아니라 이 센서를 다른 제어장치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센서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77G㎐의 주파수를 사용하면서 크기는 기존 제품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여기에 장거리와 근거리 레이더로 분리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할 예정이다. 만도는 신호처리 기술 등에 대한 특허도 이미 출원했다.

그러나 전방에 보이는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기술, 주행환경이 바뀌면 자동으로 레이더 빔의 각도를 조정하는 기술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만도가 이처럼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는 차량용 레이더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SA(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13년 13억 달러, 2015년에는 1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또 2014년께엔 차량가격 가운데 전장품(전기로 작동되는 부품)의 비율이 4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레이더는 전장품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가장 큰 제품이다. 만도의 오준남 상무는 “차량용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하면 무역적자 개선과 해외시장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식경제부는 올 상반기에 차량 레이더 시스템과 같은 핵심부품 20가지를 국산화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자동차 분야에는 레이더 외에 전기차의 전력 모듈, 에어백 내부 기폭장치(인플레이터) 등 세 가지가 뽑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 비율을 일반 승용차의 경우 90~95%로 추산한다. 나머지 5~10%는 없으면 차를 굴리지 못하는 핵심 부품이거나 고급 차량에 쓰이는 첨단 제품이다. 예컨대 가솔린 엔진은 만들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고압연료펌프는 전량 수입한다. 또 일반 카시트는 국산화가 가능하지만 통풍이 가능한 카시트는 국내 기술로는 만들지 못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고가 차량에 쓰이는 부품일수록 수입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부품 수입액이 줄지 않는 이유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전체 자동차 부품의 무역수지는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흑자액만 83억3100만 달러다. 그러나 일본과는 6억9400만 달러, 독일과는 4억1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선 단기간에 기술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으면서도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대 핵심 부품·소재 육성사업에서 자동차 부품이 세 가지만 선정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따라잡아야 할 기술은 많지만 2~3년 안에 개발 가능한 품목들을 추린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에어백용 인플레이터 역시 이런 취지에서 선정됐다. 인플레이터는 에어백의 공기 주머니를 부풀리기 위한 내부 폭발장치다. 국내 시장규모만 연간 2800억원에 이르는데 대부분 수입품을 쓴다. 국내에선 한화가 연간 200억원어치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액 가운데 5억원을 미국 업체에 기술 이전료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세계적으로 에어백 시장이 커지면서 독자적인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한화 이용원 상무는 “운전석과 조수석뿐 아니라 커튼 에어백과 측면 에어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인플레이터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조기에 국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현철·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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