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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건강] 만성 질환자의 장거리 여행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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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인 차모(서울 반포동.54)씨는 설 연휴를 이용해 미국 동부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나 정말 떠나도 되는 건지 아직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4년 전 호주 여행 도중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갑자기 저혈당 증세를 일으켜 실신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인슐린 주사기를 기내에 휴대할 수 있는지, 인슐린을 여행 중에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차씨는 "해외에선 음식이 잘 맞지 않고, 식사 시간을 제대로 지킬 수 없어 혈당 관리에 무척 애를 먹었다"고 회상한다. 최대 명절인 설 연휴기간에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거나 해외 여행을 떠날 것이다. 이들 중엔 당뇨병.고혈압.호흡기 질환.심장병 등 만성 질환자와 임신부.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만성 질환자가 국내외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당뇨병 환자

초콜릿.사탕.혈당 측정기 휴대 필수

여행하다 보면 식사가 늦어질 수 있다. 서너 시간 이상 시차(時差)가 나는 해외 여행을 하거나 운전하다가 휴게소.식당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경우 식사 시간을 놓치기 쉽다. 그러면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이 찾아온다.

따라서 여행 중에도 당뇨병 환자는 가능한 한 제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한다. 약(혈당저하제)을 제때 복용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평소보다 너무 적게 먹거나 많이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번거롭더라도 혈당 측정기를 가지고 가서 매일 아침.저녁에 식전 혈당을 재보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저혈당이 의심되면 바로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이때를 대비해 초콜릿.사탕을 늘 소지하는 것은 상식이다. 또 물.스포츠 음료를 챙겨 두었다가 갈증이 없더라도 조금씩 마셔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탈수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발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구두.샌들을 피하고 푹신한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미국.유럽 등 시차가 한국과 6시간 이상 나는 곳에 여행할 때는 인슐린 주사 스케줄을 바꿔야 한다. 우리보다 14시간 늦은 뉴욕이 여행 목적지라고 가정해 보자. 평소 하루 한번(아침) 인슐린을 주사하는 환자라면 여행 당일엔 인슐린 주사를 두번(아침과 저녁, 저녁엔 아침에 맞은 양의 3분의 1) 맞아야 한다. 저녁에 인슐린을 맞은 뒤엔 가벼운 간식이나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날부터는 현지 시간에 맞춰 평소처럼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인슐린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나 실내에 보관해도 한달 정도는 약효가 유지된다"며 "여행지에선 가능한 한 냉장고에 넣되 여의치 않으면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대가 간편한 펜 타입의 인슐린 제제를 처방받아 가는 것도 방법이다.

*** 호흡기 질환자

기내에선 물.음료수 자주 마셔야

관동대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김인병 교수는 "비행 중인 항공기 안은 높은 산(2400m 정도)에 올랐을 때와 비슷한 기압과 산소 분압을 유지한다"며 "호흡기 질환과 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기내 환경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항공기의 고도가 올라가면 당장 괴로운 사람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다. 얼굴이 파래지거나(청색증)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저산소증 증상이다. 따라서 평상시 동맥의 산소 분압이 70㎜Hg 이하인 환자는 기내에서 산소를 공급받는 것이 좋다. 항공기 기내는 늘 습도가 낮다. 이는 호흡기 질환, 특히 천식 환자에게 해로운 환경이다. 기내에서 물.음료수를 자주 마셔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과 주스는 마시면 오히려 손해다. 장에서 가스가 생겨 호흡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혈관 질환자

과로와 수면 부족은 절대 금물

고혈압 환자라도 뇌졸중.협심증.심부전 등이 없는 경우, 심장병 환자라도 한번에 90m를 걷거나 열두 계단 정도를 오르는 데 무리가 없으면 장거리 여행을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과로.수면 부족은 절대 금물이다.

고혈압 환자는 여행할 때 약(혈압 강하제)을 꼭 챙겨 먹고 스트레스를 가급적 덜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병 등 혈관 질환자는 장시간 항공 여행시 짠 음식.탄산 음료.기름진 음식.자극성 있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과음도 안 된다.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옥선명 교수는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쪼그려 앉아 있다 보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하지 혈전증)이 올 수 있다"며 "기내에선 적어도 한 시간에 한번은 복도를 걷고, 자주 기지개를 켜며, 앉아서도 수시로 자세를 바꿔 다리에 피가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뇌졸중.심장병 등 혈관 질환이 우려되는 사람은 겨울철, 특히 이른 아침에 이동하거나 찬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혈관 질환은 기온이 0도 이하이거나 일교차.실내외 기온차가 10도 이상일 때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 임신부

32주 넘으면 항공 여행 피해야

임신 기간엔 가능한 한 장거리 여행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특히 유산 경험이 있거나 쌍둥이 임신.자궁 기형.자궁 무력증.양수과다증이 있는 임신부는 여행을 출산 뒤로 미뤄야 한다. 임신 초기 3개월과 마지막 달엔 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무리하면 유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신 12주~9개월째인 건강한 임신부라면 가까운 곳 정도는 여행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임신부는 여행 전에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하고, 가급적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한 시간마다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며 "임신 32주 이상인 임신부의 비행기 여행은 무모한 모험"이라고 지적한다.

자녀를 동반해 자동차로 이동할 때는 아이의 평소 생활 리듬을 유지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를 너무 오래.자주 타거나 자는 아이를 부모가 안고 가면 아이의 생체리듬이 깨진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아이의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 당뇨병 환자가 여행할 때 챙겨야 할 것

- 당뇨 수첩

- 복용하는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주사기.알코올.솜, 주사기 바늘은 기내 사무장에게 보관해야)

- 혈당측정기와 혈당지

- 저혈당 대비용 초콜릿.사탕

- 영문으로 된 의사 소견서

※ 관련 문의처 : 대한항공 특수예약과 02-2669-7630~31, 아시아나항공 특수예약과 02- 2669-4232

*** 심혈관 질환자가 해외 여행할 때는

-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 휠체어나 모터 이동차 이용

- 기내식을 저염식으로 특별 주문한다

- 약은 늘 지니고 다니는 손가방에 넣는다

- 진단명, 복용 중인 약과 용량, 주치의 이름과 전화번호 영문으로 기록

- 심장 조율기를 사용하는 환자는 모델번호와 심전도를 기록해 둔다

*** 설사 증상이 있을 때의 응급 처치법

- 대부분의 설사는 4 ~ 5일 안에 자연 치유된다

- 탈수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

- 설사가 시작되면 스포츠 음료 등 수분 섭취

- 설사가 하루 이상 지속되고 고열,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한다

- 상태가 심하면 수액요법이나 약을 복용한다

자료=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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