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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척추수술 전문가, 한국서 놀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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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성 교수(사진 가운데)가 미국 교수들에게 척추측만증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9월 9일 오전 9시 서울아산병원 동관 3층 수술실. 미국에서 온 존 박(43)·크리스토퍼(44) 교수의 눈이 척추측만증 환자를 수술하는 이 병원 정형외과 이춘성(54) 교수의 손에 고정됐다.

한국인 2세인 존 박은 스탠퍼드대학병원, 크리스토퍼는 UCSF(캘리포니아주립 샌프란시스코대) 신경외과 교수다. 세계적인 의료기관에 몸담고 있는 두 교수는 경추(목뼈)·척추기형·척추암 등 척추 전문가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미국의 ‘척추 전문가 베스트 50’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학회에 초청돼 척추수술에 대해 강의도 한다.

이들은 10~11일 인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척추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국내외에서 척추변형과 노인척추질환의 권위자로 알려진 이춘성 교수를 찾았다.

이날 이 교수가 수술한 환자(13·울산광역시)는 원인 모를 질환으로 척추가 70도가량 휘었다. 보통 척추측만증 수술 기준은 45도다. 윗부분은 우측으로, 아랫부분은 좌측으로 휘어 상태가 심했다.

이 교수는 환자의 등을 절개하고 척추에 나사못을 박았다. 이어 고정장치를 이용해 척추 배열을 반듯하게 잡았다. 2시간 동안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교수는 “과거 척추측만증 수술을 하면 반년 이상 깁스를 하고 누워 있어야 했다”며 “최근 10여 년간 의술과 고정장치가 발달해 환자는 이르면 3~4일 뒤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두 교수는 이춘성 교수팀의 수술을 극찬했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세계 각국의 유명한 척추수술 대가를 만났지만 이춘성 교수의 수술 테크닉이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존 박 교수도 “예전부터 이 교수의 수술을 직접 보고 싶었다. 척추 나사못과 고정장치 장착이 굉장히 정확하다. 오히려 미국보다 낫다”고 칭찬했다.

척추 전문가 3인방의 주제는 향후 급격히 증가할 척추질환으로 옮겨갔다.

이 교수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관절질환 중 하나인 척추질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미국도 2050년 노인인구가 80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령에도 활동적으로 살기 위해 퇴행한 척추를 수술받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박 교수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수술 후 합병증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노인의 수술 후 합병증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선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합병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사 2명이 함께 수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춘성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척추수술 장치는 노인 등 척추 재수술 환자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를 출원한 이 장치의 이름은 ‘척추로드 연결용 측방 커넥터’.

척추고정술 후엔 추가적인 척추 손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때 기존 척추고정 장치는 모두 들어내고 재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교수가 개발한 장치는 재수술할 부위를 조금만 절제해 추가로 간단하게 장착할 수 있다. 환자의 회복기간을 당기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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