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中. 여론 만드는 카페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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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인터넷 카페 '한류 열풍 사랑(한열사)'이 들썩였다. 한 회원이 "미국 CNN방송이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일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찬반 설문조사'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글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카페 운영자 박찬화(34)씨는 "회원들이 해외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얻은 정보를 자발적으로 띄워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원래 한류 바람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문을 연 공간이었다. 그러나 독도 문제와 일본의 역사 왜곡 같은 민감한 시사 문제에 대한 여론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네티즌 사이에 '애국자 카페'라는 애칭을 얻었다.

네티즌의 친목.의견 교환 모임인 카페는 각종 사회현상이나 실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개인미디어가 주로 신변잡기 정보를 나누는 곳이라면, 카페는 생활 정보와 사회 의견 등을 공유하는 장소다.

지난 2일 고려대 총학생회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명예박사 수여식에서 시위를 벌이자 바로 다음날 '총학 없는 평화 고대'라는 카페가 개설돼 시위 학생의 행태를 꼬집고 나섰다. 이처럼 일부 카페는 사회적 이슈에 조직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여론을 주도한다.

대표적인 여론 주도 카페는 '한열사' 외에도 '맞벌이 부부 10년 10억 모으기' '취업 뽀개기'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 '아파트 값 내리기 모임(아내모)' 등이 있다. 이들 카페는 경제 분야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거나 정부 정책의 변화를 유도한다.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취업 뽀개기'는 대기업이 사원 채용 때 신경 쓸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최근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제발 면접 정보를 유출하지 말아 달라"고 카페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아내모'는 아파트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으로 확산됐으며,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세울 때 참고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 밖에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는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발의에 반대해 만들어져 개설한 지 한 달 만에 10만 명이 가입하는 폭발력을 보였다.

◆ 탐사기획팀=양영유.정용환.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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