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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 대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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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호 18면

가을이 오면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음식이 대하(大蝦) 요리다. 불판에서 익는 대하의 담백·구수한 맛은 별미다. 대하 철은 연중 두 번이다. 산란 직전인 3∼4월과 월동 직전인 9∼12월이다. 연말까지 계속되는 추·동계 시즌이 막 시작됐다. 때맞춰 농림수산식품부는 대하를 전어와 함께 9월의 웰빙 수산물로 지정했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대하는 덩치가 큰 왕새우다. 몸길이가 26㎝까지 자란다. 큼지막한 대하가 식탁에 올랐다면 암컷이기 십상이다. 수컷은 암컷보다 체구가 확실히 작다. 몸길이의 두 배에 달하는 2개의 긴 수염은 대하의 위엄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다의 어른’이다. 대하는 새우의 한 종류인데 새우의 별명이 ‘해로’(海老)다. 겉모습이 허리를 구부린 노인과 닮았다고 해서다.

중국에선 대하를 두이짜이(對蝦)라고 부른다. 일본 이름은 고라이에비(高麗海老) 또는 다이쇼에비(大正海老)다. 고려새우 또는 다이쇼시대부터 많이 잡힌 새우라는 뜻이다.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우리나라 서·남해안과 중국 연안에서만 잡히는 ‘토종’이어서다. 영문명도 ‘Oriental prawn’(동양 새우)다. 그래서인지 우리 국민의 ‘대하 사랑’은 각별하다. 국내에서 연간 1만5000t(수입산 1만t, 국산 5000t)가량의 새우가 소비되는데 이 중 3분의 1이 대하다.

대하와 중하는 생김새만으론 식별이 어렵다. 다 자란 뒤 길이가 20㎝가 넘으면 대하, 15㎝ 이하면 중하다. 보리새우와 대하는 생김새는 물론 길이까지 비슷하다. 대하는 무늬가 없고 회색을 띠며 보리새우는 호랑이 무늬 같은 줄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끔은 맛이 떨어지고 값싼 남미산 흰다리 새우가 대하로 둔갑하기도 한다. 눈이 튀어 나왔으면 흰다리 새우, 눈이 쏙 들어가 있으면 대하다.

자연산 대하는 양식산에 비해 몸길이와 수염이 더 길다. 자연산은 성질이 급해 그물에 잡히자마자 대부분 죽는다. 횟집 수조에 있는 놈들은 대부분 양식산이다.

영양적으론 저열량·고단백질·고칼슘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은 82㎉에 불과하다. 같은 무게의 바나나(80㎉)·단감(83㎉)·대추(94㎉) 수준이다. 또 대하엔 단백질이 100g당 18.1g, 칼슘이 72㎎ 들어 있다.

피와 살이 되는 단백질과 뼈·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이 풍부해 성인에겐 강정식품, 어린이에겐 성장발육을 돕는 식품이다.

닭새우·보리새우·꽃새우 등 다른 새우들과 마찬가지로 대하 껍질과 꼬리엔 키틴·칼슘 등 소중한 성분이 들어 있다. 키틴은 다당류의 일종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노폐물의 체외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키틴을 화학 처리해 얻은 것이 건강 기능 성분인 키토산이다.

따라서 대하는 껍질째 삶아 국이나 수프를 만들거나 바삭하게 튀겨 꼬리까지 남김없이 먹는 것이 좋다.

대하 등 새우 요리를 먹을 때 가장 꺼림칙해 하는 것은 콜레스테롤이다. 새우 100g엔 콜레스테롤이 130㎎ 들어 있다. 이는 같은 무게의 꽃게(80㎎)·낙지(88㎎)보다 많지만 오징어(294㎎)·계란(470㎎)보다는 적은 양이다. 대하가 자주 먹는 식품이 아닌 만큼 이 정도의 양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새우에 풍부한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과 불포화 지방(둘 다 혈관 건강에 유익)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동맥경화·고혈압·심장병 환자에게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양배추다. 대하에 부족한 식이섬유와 비타민 C가 풍부해서다. 주산지는 인천·태안·보령·홍성·안면도·대천·군산·영광·고흥·여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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