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한·미 FTA 실무협의] 한·미 FTA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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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는 데는 단순히 두 나라 간 경제교류를 더 활성화하자는 차원을 넘어선 큰 그림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과 중국.일본 경제가 유럽처럼 하나의 틀로 합쳐지는 동북아 경제통합을 겨냥한 것이다.

지금은 동북아 3국이 아세안과의 FTA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3국 간에는 한.일 FTA만 추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추진하든 자연스럽게 이뤄지든 동북아 경제통합은 정해진 수순이고, 자연스러운 귀결이란 것이다. 무엇보다 동북아 3국으로서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북.남미 경제통합이나 유로 경제권에 대항하기 위해 동북아 경제 통합이 필요하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경제권에 끼여 있는 한국으로선 동북아 경제통합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미국과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해 북미 경제권과 연결하면 중국이나 일본으로서도 한국과 FTA 체결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도 동북아 경제통합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야 하지만 중국.일본과 직접 손잡기는 어렵다. 그만큼 중국과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들 두 나라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북아 경제통합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가장 편한 상대가 한국이다.

이렇게 보면 한.미 FTA는 양쪽이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감소를 막기 위해,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란 동북아의 두 거인 사이에서 밀려나지 않으면서 동북아의 경제 중심이 되기 위해 미국이라는 역외 거대경제와의 FTA 같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미 FTA를 1984년 미국이 먼저 제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윌리엄 브록 3세가 비공식적으로 한국 측에 처음 FTA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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