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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덕담 적힌 봉투 속에…세뱃돈의 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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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날. 아이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혹시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에게서 세뱃돈 두둑히 챙기는 날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이번 설날엔 세뱃돈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자. 또 세뱃돈과 관련한 예절도 익히도록 하자. 중앙대 유아교육학과의 이원영 교수와 본지 주부통신원들에게 세뱃돈은 어떻게 주고받으면 좋을지 조언을 들어봤다.

# 세뱃돈이 뭐기에 …

지난해 설날 이웃집 할머니가 다섯살배기 손자를 데려왔다. 아이는 우리 부부를 향해 절을 넙~죽. 나는 "그 녀석 한번 똘망똘망하구나"라며 얼른 1000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린 아이가 사양할 줄도 아는가 보다 싶어 기특했다. 다시 받으라고 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 아이 할머니가 미안해 하며 한 말씀. "누가 그렇게 버릇을 들여놨는지, 이 녀석은 '파란 돈'아니면 안 받아…."(박순희.58.서울 성산동)

☞아이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갖게 만든 건 어른이다. 돈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에게 큰 세뱃돈을 주며 그것을 사랑의 크기처럼 느끼게 만든 것이다. 액수에 상관없이 세뱃돈을 주시면 무조건 감사히 받아야 한다고 가르치자.

# 봉투에 덕담과 정을 담아

얼마 전 105세로 돌아가신 시외숙모님은 9남매를 두셨다. 아들딸은 물론 손자.증손.고손까지 모이는 설날이면 "부자되는 날"이라며 즐거워하셨다. 그런데 세배를 다 받고 난 뒤엔 슬그머니 방으로 가셔서 자식들에게 받으신 돈으로 다시 여러 개의 세뱃돈 봉투를 만드셨다. 제일 먼저 감사헌금 봉투, 함께 사는 며느리에겐 음식 준비 하느라 수고했다는 뜻의 봉투, 살기 힘든 몇째 손자 힘내라고 봉투…. 외숙모님은 이래저래 다 쪼개 나눠주고 다시 빈손이 되곤 하셨다.(박복남.55.서울 행당동)

☞세뱃돈은 가능하면 꼭 봉투에 담아 덕담을 적어 주는 것이 좋다. 할머니가 서툰 글씨로 써준 덕담도 아이에겐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된다. 생각하지 못했던 친척을 만나 세뱃돈을 주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봉투는 넉넉히 준비한다. 부모나 조부모는 물론, 가까운 친척 어른을 찾아뵐 때 적은 돈이나마 세뱃돈 봉투를 만들어 드리자. 작은 정성에 감동받을 것이다

# 아이의 경제교육 첫걸음

지금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들이 태어나 처음 맞은 설날이었다. 시어머니께서 아이 세뱃돈이라며 통장 하나를 내미셨다. 백일도 채 안된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세뱃돈을 넣어두신 것이었다. 그 통장에 차곡차곡 아이 앞으로 받은 돈을 모아 두었고,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자 그걸 종자돈으로 보험혜택도 되는 어린이용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이제 그 통장은 아이가 직접 관리한다.(위은실.38.서울 논현동)

☞아이 세뱃돈은 엄연히 아이의 것이다. 일단 세뱃돈을 받으면 아이 복주머니 등에 넣어 갖고 있게 한다. 그리고 아이가 어리더라도 저금통이나 통장을 마련해 아이 스스로 관리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 넣어준다.

# 우리 아이는 셋, 조카는 하나 …

남편이 아들만 셋인 형제 중 둘째다. 사는 형편이나 자식들의 수도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설날 큰댁에 가서 세배를 하고 나면 큰시숙은 형편이 넉넉지 않으신데도 우리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많이 주시는 편이다. 반면 우리 부부는 외아들인 큰 조카에게도 조금만 준다. 세뱃돈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긴 하지만 매번 형님께 왠지 미안하고 신경이 쓰인다.(이명숙.44.경기도 분당)

☞세뱃돈은 성의껏 의미에 맞을 정도로 주면 된다. 용돈과 세뱃돈은 다르다. 세뱃돈은 형식적으로 조금만 주는 게 좋다. 초등학생 이상일 경우 도서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 등을 주는 것도 한 방법. 영 신경이 쓰인다면 방문하기 전 적당한 선물을 준비해 가는 것 등으로 맞출 수 있다. 명절이 지난 후 동서들끼리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며 대접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김정수 기자

*** 어려운 이웃과 덕담을

덕담과 세뱃돈을 어려운 이웃과도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대한사회복지회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협찬을 받아 '희망 100배 덕담 전하기'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네이버 카페(cafe.naver.com/lovefund.cafe)를 통해 전국 사회복지시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장애아동이나 영아들, 미혼 양육모, 독거노인 등에게 희망이 담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이 행사는 오는 13일까지 계속될 예정. 외로운 설을 맞는 이들이 없도록 덕담 전하기 외에도 세뱃돈 나누기, 연하장 보내기 등을 전개한다.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lovefund.or.kr)를 통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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