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 패는 이란에 다 보여주고 역이용하는 패는 대비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란전 0-1 패배는 조광래(사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깊은 고민을 안겼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단기적으로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각각 준비 중이다. 특히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서는 50여 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7일 이란전을 통해 드러난 한국의 문제점과 타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아쉬웠던 전술적 유연성=빠르고 긴밀한 패스, 공을 갖고 있지 않아도 공간을 만들어 내는 움직임, 과감한 2선 침투. 이는 ‘스페인식 패싱게임’을 기치로 내건 조광래 감독의 축구 컬러다. 조 감독은 부임 이후 선수들에게 늘 이 같은 내용을 주문했다. 나이지리아 전에서는 조 감독의 뜻이 먹혔다. 하지만 이란 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란의 준비가 좋았던 반면 우리는 그런 이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란전의 결정적 패착으로 전문가들은 ‘스리백’(3명의 중앙수비수를 두는 전술)을 꼽았다. 수비를 ‘스리백’과 ‘포백’(2명의 중앙수비수와 2명의 측면수비수를 두는 전술) 중 무엇으로 할 것인가는 한국 축구의 해묵은 고민거리다. 수비지향적인 스리백은 수세 때 양쪽 윙백의 수비 가담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할 수 있다. 반면 이란 전에서처럼 미드필드를 상대에게 내주게 되면 전·후방이 분리되기 쉽다. 포백은 중원의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공세적인 경기를 할 수 있지만 수비 조직력을 완성하기가 스리백보다 어렵다.

한국 대표팀 코치를 지낸 압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한국의 스리백을 예상하고 자신은 4-3-3포메이션을 썼다. 상대 공격수가 3명이다 보니 한국은 이영표(알힐랄)와 최효진(서울)까지 수비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미드필드가 수적 열세에 몰리자 이를 커버하기 위해 측면공격수인 박지성(맨유)과 이청용(볼턴)이 미드필드로 내려와야 했다. 최전방의 박주영(모나코)은 고립됐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조광래 감독이 가려는 방향(빠른 패싱게임 등)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유연할 필요가 있었다. 이란이 한국의 스리백을 역이용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면 수비를 포백으로 바꿔 대응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강한 공격수의 필요성=조광래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뽑을 만한 공격수가 없다”며 박주영·석현준(아약스) 2명의 공격수만 불렀다. 대신 이청용을 중앙으로 이동시켜 박주영과 투톱을 이루게 하는 ‘이청용 시프트’를 가동시켰다. 두 선수 모두 몸싸움보다는 세밀한 볼터치와 매끄러운 패스 등 좋은 기술이 장점이다. 그런데 이란은 강력한 압박수비를 했다. 한국 공격수 1명을 놓고 이란 수비수 2~3명이 달려들어 막았다. 게다가 잦은 비와 더운 날씨로 인해 경기장 잔디는 패싱게임을 펼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조 감독은 후반 34분 장신 공격수 석현준을 투입했지만 짧은 시간에 첫 A매치에 나선 신인선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김호 본지 해설위원(전 수원 감독)은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박주영과 이청용은 기술이 뛰어나지만 파괴력은 떨어진다. 이청용은 측면에서 뛰는 게 장점을 더 살리는 길이다.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있다면 이청용과 박주영의 기술이 더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광래 감독은 이란전 후 설기현(포항)을 언급했다. “스피드가 있고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플레이가 안정되면 언제든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