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끝났다”“아니다”… 엇갈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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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삼성전자가 지난 2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0’에서 애플 아이패드를 겨냥해 7인치 태블릿PC 갤럭시탭을 선보이면서 이 제품을 둘러싼 경쟁에 불이 붙었다.

미국 뷰소닉이 ‘뷰패드 7’ 출시를 발표했고, 일본 도시바와 대만 에이서·아수스 등이 갤럭시탭처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갖춘 태블릿PC를 곧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KT가 중소 정보기술(IT) 업체인 엔스퍼트와 태블릿PC ‘아이덴티티 탭’을 공동 개발해 시판에 들어갔다. LG전자의 새 태블릿PC가 LG유플러스를 통해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열풍에 이어 태블릿PC 바람이 불면서 ‘e북(전자책)’의 미래에 눈길이 쏠린다. 읽기 전용인 e북이 절름발이 신세가 될 것인지, 아니면 독서를 즐기는 두터운 고객층에 기대 나름의 입지를 넓혀 갈지가 관심사다.

일단 미국의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e북 ‘킨들’의 판도가 주목된다. 지난 4월 아이패드 출시 직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원가경쟁력과 방대한 서적 콘텐트를 앞세워 누적 판매량 300만 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이런 선전이 영어권 콘텐트를 풍부하게 확보한 아마존과 미국 시장의 궁합이 맞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IFA 2010’에 참석차 베를린을 방문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4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e북은 앞으로 태블릿PC에 들어가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북 단말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에는 e북 기능이 들어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내놓은 e북 단말기 ‘e리더’의 생산을 갤럭시탭 출시 이전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북 단말기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적다. 인쇄 매체 위주의 단순한 콘텐트보다는 화려한 동영상을 선호하는 국내 독자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갤럭시탭이 선보이기 전부터 e북 단말기 생산업체들은 값을 낮추기 시작했다. 북큐브네트웍스는 e북 단말기 ‘B-815’를 14만9000원에 내놨다. 국내 첫 10만원대 e북이다. 아이리버도 신제품 ‘커버스토리’를 기존 제품인 ‘스토리’보다 낮은 가격에 내놨다. 스토리가 34만9000원인데 비해, 터치스크린과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커버스토리는 28만9000원이다. 인터파크도 e북 단말기 ‘비스킷’을 39만8000원에서 24만9000원으로 크게 내렸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이 베를린 전시회에서 만난 이재우 아이리버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유럽과 중국 등 독서인구가 꾸준한 비영어권 지역에서 아이패드 출시 이전인 올해 1분기 수준으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큰 업체들이 e북 단말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아이리버 같은 중견업체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리버는 이런 기조가 지속되면 내년 1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베를린(독일)=심재우 기자

◆태블릿(Tablet) PC와 e북=태블릿PC는 스마트폰과 PC의 중간 영역 제품으로, 언제 어디서나 무선망에 연결해 마음대로 앱을 쓸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PC다. e북은 e잉크 기반의 액정화면으로, 흑백 인쇄물을 보는 데 적합하다. 전력 소모가 극히 적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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