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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 48시간 격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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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정폭력 사건을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48시간 동안 가해자를 가족으로부터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소년범 처벌 대상이 현행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낮춰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비행을 저지른 초등학생들도 사회봉사 명령, 소년원 수용 등의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는 31일 가정폭력사건에서 경찰에 '긴급임시조치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 가정폭력.소년사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올 6월까지 가정폭력범죄처벌특례법.소년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 "피해자 요구 있고, 재발 위험 크면 격리조치"=개선안에 따르면 경찰관은 피해자의 요구가 있고, 가정폭력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가해자에게 48시간 동안 집에 못 들어가게 하고, 피해자에게 접근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경찰이 조치 후 즉시 검사를 통해 판사에게서 임시조치 결정을 받을 경우 최장 2개월까지 격리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즉시 격리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하지 않는 한 별도의 격리조치권이 없어 "부부끼리 해결하라"는 정도의 조언만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가정폭력 사건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행 제도 아래에선 경찰이 "가해자를 일정 기간 떼놓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퇴거 등 격리 ▶접근금지 등을 신청해도 법원의 허가를 받는 데는 2~3일이 걸렸다.

서울가정법원 김귀옥 판사는 "가정폭력은 격리 등 법원의 허가가 내려지기 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가정폭력으로 숨진 황모씨의 유가족은 최근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수차례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방치해 숨졌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 "초등학생도 소년범 처벌"=개선안은 소년범 처벌 대상을 현행 만 12세 이상~20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19세 미만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형사 미성년자의 나이가 만 14세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만 10~13세의 소년범은 보호처분을 받게 되고, 만 14~18세는 사안에 따라 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19세 이상은 성인으로 취급돼 범행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전까지는 12세 미만이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이나 보호처분이 불가능했으며, 20세 미만의 대학생들도 소년범 취급을 받아왔다.

서울가정법원 안영진 부장판사는 "초등학교 4~5학년 아동들의 중범죄가 늘고 있고,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감안했다"며 "민법상 성년을 20세에서 19세로 낮추려는 개정 움직임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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