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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라운지] 공항에서 쇼핑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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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항 출국장에서 판매하는 면세품은 시중 가격보다 싸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겐 유혹의 대상이다. 면세점마다 경쟁하듯 최고 50% 할인행사까지 벌인다. 물론 철 지난 이월상품이다. 면세점 VIP카드를 가진 여행객이라면 여기에다 5~10%를 더 할인받을 수 있다. '이렇게 싸게 팔고도 이익이 남을까'라는 의문이 들 법하다.

하지만 '밑지고 파는 장사 없다'는 말은 면세품에도 적용된다.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관계자는 "싸게 팔아도 소비자가 사는 가격의 절반 이상은 남는다"고 한다. 면세품이어서 적게 남을 것이라는 일반인의 생각과는 영 딴판이다.

곰곰이 뜯어보면 면세품은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물어야 하는 세금을 안 매길 뿐이다. 판매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소비자는 '싸다'는 점 때문에 이문도 적을 것이란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착각이 물건을 더 많이 사게 만들고, 면세점의 매출을 올려준다.

실제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2004년 매출액은 6507억1300만원으로 하루 매출액만 17억8000만원이 넘는다. 전 세계 공항 중 매출규모 2위다. 샤넬.랑콤.에스티로더.시슬리 등 일부 화장품 매장은 한 달 매출이 100만달러를 넘는다. 단일 매장 매출로는 세계 1위다.

면세점마다 가격도 제각각이다. 발렌타인 17년산(750㎖)의 경우 인천공항 면세점에선 53달러에 팔지만 인천항에선 40달러면 산다. 반면 인천공항에서 68달러에 판매되는 랑콤 향수(100㎖)가 인천항에선 72달러나 하는 등 화장품은 대체로 인천항이 더 비싸다.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술을 더 많이 찾고,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화장품을 더 많이 구매한다. 모든 품목에 대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박리다매(薄利多賣)의 판매전략이 구사되고 있는 것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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