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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문학작품을 비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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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소설·신화·동화 등 문학작품이 광고에 등장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그동안 미술과 영화를 재해석한 광고는 종종 있었으나 문학작품을 소재로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미술이나 영화와 달리 문학작품은 소비자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시각요소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광고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딱 맞는 스토리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최근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광고들은 반전과 역발상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널리 알려진 줄거리나 결말을 비틀어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 ‘노인과 바다’ 대어 미끼로 상어떼 낚아

LG유플러스의 새 광고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재해석했다. ‘노인과 바다’에서 어부는 사투 끝에 대어를 잡아 항구로 돌아가던 중 상어 떼의 공격을 받게 된다. 어부는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대어는 상어 떼에 뜯겨 앙상한 뼈만 남는다.

LG유플러스 광고에서는 어부가 절망한 노인의 모습이 아닌 흡족한 미소를 만면에 띠고 있는 젊은이다. 소설 속 노인과 달리 광고 속 젊은 어부는 대어를 미끼로 활용해 오히려 상어 떼를 낚은 것. HS애드 김성호 차장은 “가지고 있는 낡은 것을 버려 더 크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겠다는 컨셉트를 상어 떼를 잡기 위해 대어를 미끼로 쓴다는 반전을 이용해 담아냈다”고 말했다.

팬택 베가 ‘그리스 신화’ 제우스 신의 질투 부른 스마트폰

팬택의 스마트폰 베가 광고는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삼았다. 베가 휴대전화가 신의 질투를 부른다는 것으로 신화 속 제우스와 메두사를 내세웠다. 모델의 손에 쥐어진 베가를 보고 동상으로 있던 신이 깨어나 지축을 흔들며 나타나 베가를 뺏는 것. 그리스 신화 속 질투의 여신 헤라만큼이나 질투 많은 신으로 제우스를 재해석했다.

LG생활건강 엘라스틴 광고는 긴 생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워 ‘머릿결은 여자의 꼬리, 야수를 길들이다’는 컨셉트를 표현했다. 인어공주로 변신한 전지현은 신비로운 몸짓과 손짓으로 제품 호감도를 높였다.

문학작품을 광고의 소재로 한 외국 광고로는 애플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비틀어 1984년 수퍼보울 기간에 공개했던 매킨토시 광고가 유명하다.

광고 속에서 빅 브러더가 TV에 등장해 대중을 선동하는데, 난데없이 매킨토시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커다란 쇠망치를 들고 달려와 화면을 깨트린다. 당시 빅 브러더는 IBM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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