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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서 큰 인물 나온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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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비싼 집을 분양할 때는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집이 갖고 있는 특이성을 부각해 고급 수요를 끌어들이는 방법이 그것이다. 요즘 건설업체들이 내세우는 고급상품으로 ‘풍수 주택’이 꼽힌다. 고급 인테리어, 완벽 보안 시스템 등을 강조했던 업체들이 풍수를 전면에 내세우며 상류층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이는 집을 고를 때 재테크적인 요소보다는 건강이나 길운 등을 중시하는 고급 수요층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대동풍수지리학회 고제희 학회장은 “상류층은 살 집을 고를 때 개인적으로 지관(풍수지리설에 따라 묏자리나 집터의 길흉을 판단하는 사람)을 동원할 만큼 풍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누리고 있는 부와 명성에 혹시 나쁜 영향이 미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은 경기도 판교신도시 운중동에 공급할 고급 단독주택인 산운아펠바움 홍보에 풍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카탈로그를 비롯한 홍보물은 물론 분양광고의 주제도 풍수다. 주택홍보관엔 산운아펠바움의 풍수를 풀이한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또 단지 설계와 인테리어도 풍수를 반영했다. SKD&D 고명덕 부장은 “사업지 일대가 큰 인물이 배출될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 입지라는 풍수보고서를 받은 후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IG건설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게이트힐즈 타운하우스를 분양하면서 풍수를 이용하고 있다. 사업지가 세상에 이름을 날린 귀인이나 부자를 계속 배출하는 터를 의미하는 완사명월형(浣絲明月形) 명당임을 강조했다. LIG건설 황영근 분양소장은 “서울 성북·평창·한남동 등이 모두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손꼽힌다는 점에 주목해 풍수마케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분양 중인 오보에힐스, ㈜바움하우스가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짓는 지산 발트하우스도 풍수가 마케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금 닭이 알을 품고 후손의 영광을 위해 부화를 기다리는 형국인 금란포계형(金鷄抱卵形) 입지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바움하우스 박재형 사장은 “고급주택 수요자는 풍수지리적인 여건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입지 선정부터 마케팅까지 풍수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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