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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으로써 살아난 사람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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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대검찰청 중수부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52·사진) 변호사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또 “여야가 (내가) 청문회에 나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고발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라고 말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중앙일보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 5일자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최근 중앙SUNDAY 기자와 두 차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수사가 중단된 뒤 ‘과잉 수사’라는 비판 여론에 밀려 검찰을 떠났다.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자 “출석해 있는 대로 말하겠다”고 했으나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불출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나가지 않아 국회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이 변호사의 이번 발언에 대해 검찰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 경찰청장 명예훼손 고소·고발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직 검찰 간부가 과거 수사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 수사팀은 “조 청장 발언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 ‘중앙SUNDAY’ 기자의 일문일답.

-청문회에 왜 불출석했나.

“야당도 여당도 내가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또 고발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

-누가 나오지 말라고 했나.

“(누가 그랬는지) 말할 순 없지. 나도 약한 변호사인데. 여에도 있고 야에도 있다. (순간 흥분하며) 그런 사람들이 날 고발해? 정부 고위직도 있고 야당의 유력한 정치인도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걸 전해 들었다.”

-조현오 경찰청장 발언이 청문회 직전에 공개됐는데.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 차명계좌의 법적 개념이 모호하다. 조현오 청장이 어떤 얘기를 어디서 듣고 그런 얘길 했는지는 모르겠다. 검찰이 ‘그런 것 없다’고 했는데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하면 될 것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비운의 중수부장이란 얘기를 많이 듣지 않나.

“내가 (대검 중수부장으로) 딱 6개월 하고 그만뒀다. 박연차 한 사건 하고 그만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받은 게 적다. 대통령은 순수했다. 내가 사실 SK 수사, 롯데 수사 하면서 노 전 대통령 측근을 많이 잡아넣었다. 그런데 날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더라. 그래서 이 사람들이 생각은 있구나, 측근을 잡아넣어도 사람 평가는 제대로 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박연차 전 회장의 돈은 어디로 또 흘러갔나.

“지금 야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인도 박 전 회장한테 돈을 받았다. 최소한 1만 달러다. 그런데 여러 정황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아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살아난 사람이 여럿 정도가 아니라… 많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회장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나.

“재임 중 두 번 만찬을 했다고 한다. 한 번은 노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 등과 함께 청와대 사저에서 만찬을 하는데… 권 여사가 계속 아들이 미국에서 월세 사는 얘기를 했다는 거다. 돈이 없어 아들이 월세 산다고. 박씨는 그걸 ‘돈 달라’는 얘기로 알았다고 한다. 나중에 집 사는 데 한 10억원 든다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박 전 회장이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그런 거지.”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 변호사의 말은 차명계좌인지, 추가계좌인지 하여튼 (이상한) 돈은 있다는 것”이라며 “(야당이) 자신 있다면 특검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조강수·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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