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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16세 소녀 장수연, 우승 만세 부르다 통한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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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8홀을 마친 뒤 2벌타를 통보받고 침통한 표정으로 스코어 카드를 바라보는 장수연. [KLPGA 제공]

16세 아마추어 장수연(함평골프고1)의 챔피언 퍼트가 홀에 떨어졌다. 5일 경기도 화성 리베라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투어 현대건설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장수연이 2위 이정은(호반건설)에 두 타 앞선 9언더파로 홀아웃했다. 스코어카드에 사인만 하면 KLPGA 투어에서 가장 어린 아마추어 우승자가 나올 터였다. KLPGA로서는 지난주 배희경(남성여고)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아마추어에게 뺏기는 결과이기도 했다.

장수연의 기쁨은 딱 3분 동안이었다. 스코어카드를 적고 있을 때 경기위원이 와서 장수연이 15번 홀에서 2벌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발단은 이렇다. 장수연은 칩샷을 준비했고 그의 캐디(아버지)는 골프백을 공 앞 약 2~3m 지점에 뒀다. 얄궂게도 그 가방이 핀 쪽을 향했다. 장수연은 샷을 잘 해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그런데 한 갤러리가 “캐디백이 장수연의 샷 조준에 도움이 된 것 아니냐”고 경기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KLPGA 김광배 경기위원장은 골프규칙 8조2항a ‘플레이선을 지시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놓아두었거나 승인하에 놓인 마크는 스트로크하기 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항을 들어 2벌타를 선언했다.

중계방송을 한 J골프 TV 화면을 본 기자들은 “모자 챙 때문에 장수연이 캐디백을 볼 수 없었고 어드레스선과 방향도 약간 달랐다”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장수연도 “캐디백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볼 생각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위원장은 “캐디백이 플레이선과 평행하게 놓여 있었으며, 모자를 쓰고 있어도 캐디백이 보인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규칙은 ‘경기선에 물체를 가까이 두면 안 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가까이’가 어느 정도인지도 경기위원이 판단을 하게 되어 있다.

장수연은 눈물을 흘리며 2벌타가 추가된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했고 이정은과 연장을 치렀다. 대회 내내 좋은 퍼트감을 보였던 장수연은 2m가 안 되는 파 퍼트를 놓쳤다. 우승컵은 파를 잡은 이정은이 가져갔다.

장수연은 신지애의 함평골프고 후배다. 1m67㎝로 키가 크고 신지애보다 장타를 친다. 시상식에는 우승자 이정은보다 장수연에게 더 큰 박수가 터졌다. 이정은은 “미안해서 ‘울지 마’라고 위로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장수연은 “좋은 경험으로 삼아야지 어떡하겠어요”라고 말했다. 16세 소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남아있었다.

화성=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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