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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보따리 전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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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평소 나눔장터에 참가한 시민들이 좌판을 벌이던 뚝섬유원지역 광장에는 이날 300여대의 차량이 자리를 채웠다. 나눔 보따리를 배달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이 몰고 나온 차량들이다.

▶ 행사에 참여한 이명박 서울시장이 30일 서울 노유동 한 독거노인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두툼한 옷차림의 시민 수백여명이 차례차례 선물을 챙겨 넣은 보따리를 차량에 옮겨 싣는다. 다음 스타렉스 동호회 회원 30여명과 함께 참가한 하상완(30.꽃배달업)회장은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며 "설레는 마음에 세차를 했더니 고드름이 생겼다"고 활짝 웃었다.

영하 9도의 추운 날씨에도 어린 자녀를 데려온 자원봉사자가 적지 않았다.쌍용자동차 전상훈(38)씨는 "6살 난 아들 태우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데려왔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아름다운 가게 손숙 공동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격려사가 끝나고 훈훈한 마음이 가득 담긴 설날 선물을 실은 차량들은 각자 행선지로 향했다.

광진구 노유동에서 홀로 사는 김모(81)할머니와 신모(84)할머니를 찾은 이 시장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자식들 잘되는 모습을 보세요"라며 손을 꼭 잡았다.

가게가 마련한 보따리 외에도 따로 선물을 준비한 시민이 많았다. 하월곡동 밤골아이네 공부방에 다니는 아이들을 찾아간 전기기술자 이호현(48.서울 숭인동)씨는 형광등 1박스를 준비해 고장 난 전등을 일일이 바꿔주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원봉사에 나선 오영임(52.여)씨는 양념불고기 21근을 10여개의 팩으로 나눠 준비했다. 오씨는 "지난해 직접 가보니 필요한 게 많더라"며 "식용유와 녹차도 조금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홍초불닭 대전 가맹점 정하수 사장은 백숙용 포장닭 150마리를 기증했고, 부평의 한방병원은 한방차 30박스를 내놓았다.

가게는 전국 각 매장을 통해 선물이 전달될 곳을 선정해 일주일 전 편지로 통보했다. 이날 쪼글쪼글해진 편지를 손에 쥐고 골목길에 나와 선물을 기다리던 종로 쪽방촌의 인모(76)할아버지는 "없는 게 없어 6개월은 버티겠다"며 "선물도 고맙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오니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봉천동에서 자랐다는 은행 대리 이모(33)씨는 "어릴 적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이제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오늘 행사에 참여했다"며 "어렵게 지내는 분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하.이원진 기자, 이보미(한국외국어대 불어4).홍수지(단국대 언론홍보3) 인턴기자 <metro@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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