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분식회계, 집단소송서 유예…'반대' 여당 의원들 입장 유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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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과거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한시적으로 빼주자는 목소리가 여권 안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당초 이에 반대했던 여당 의원 중 일부도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재계가 끊임없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당.정 지도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올 1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과거 분식에 한해 2년간 법 적용을 유예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과거.현재 분식을 무슨 수로 구분할 것이냐"고 반발해 입법이 불발됐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신임 원내지도부는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과거 기업의 잘못된 관행이 있었더라도 여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과거 분식을 정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총리는 28일 한술 더 떠 "법을 개정해서라도 과거 분식에 대해 일정 기간 면탈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법 개정 반대를 주도했던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일단 "과거와 현재의 분식행위를 구분할 명확한 기준 없이는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도 "당 전체 분위기는 유예해 주자는 것"(최재천 의원)이라고 인정한다.

양승조 의원은 30일 "법리적으로는 찬성하기 어렵다"면서도 "경제 회복에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정치적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유예) 근거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 지도부.총리까지 하자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라고 말을 흐렸다. 이은영 의원은 "노 코멘트"라면서도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는 다음달 2일 제1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소위는 재경부.법무부.금감위와 전경련.참여연대 등 정부.재계.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 형태로 진행된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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