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진 기자
#높은 이자에 허덕이는 서민들
먼저 왜 정부와 금융회사·기업들이 서민금융상품을 내놓았는지 알아보죠. 서민금융상품이 나오기 전에도 신용이 낮은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은 있었습니다. 대부업체나 캐피털사·저축은행이 담보가 없는 저신용 서민에게도 대출을 했습니다. 지금도 TV를 보면 쉽게 접하는 게 대부업체 등의 대출광고죠.
하지만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해주면 돈을 떼일 확률이 높습니다. 대부업체 같은 금융회사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연 40%대의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거죠. 은행이 신용대출을 해 주면서 보통 10% 안팎의 금리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습니다.
연 40%의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실감이 안 나죠? 연 40%의 대출금리로 700만원을 빌린다고 가정해서 계산해 봅시다. 연 40% 대출금리란 1년 후 빌린 금액의 40%에 해당하는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말과 같아요. 700만원의 40%가 280만원이니까 1년 후 빌린 원래 금액과 이자를 합쳐 980만원을 갚아야 해요.
돈이 급하게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나 캐피털사 등에서 돈을 빌렸지만 이자가 높다 보니 서민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죠. 더구나 이런 곳에서 돈을 빌리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합니다. 통계적으로 대부업체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신용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이에요. 어쩔 수 없어서 캐피털사나 대부업체를 이용했는데, 이런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겁니다.
여러분, 여기서 잠깐 신용등급에 대해서 알아보고 갈까요. 어떤 사람이 돈을 빌렸는데 꼬박꼬박 잘 갚았다면 금융회사는 이런 고객을 신용이 좋은 사람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안 갚은 빚이 있거나 돈 갚기를 미루고 있다면 신용도가 나빠집니다. 개인의 신용 판정을 전문으로 하는 신용평가회사들은 개인의 금융거래 내용을 복합적으로 평가해서 등급을 매겨요. 신용등급은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있습니다. 가장 높은 1등급이면 돈을 빌려줘도 잘 갚을 것 같은 사람, 곧 신용이 좋은 사람이에요. 반면 가장 낮은 10등급이면 돈을 빌려주면 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인 셈이죠.
문제는 소득이 낮은 서민들이 돈을 빌릴 때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니까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금융회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한 끝에 탄생한 게 서민금융상품들입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그래픽을>
# 미소금융
앞에서 햇살론도 창업자금을 5000만원까지 빌려준다고 했는데 미소금융 창업자금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미소금융을 이용하면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창업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쉽게 말해 가게를 새로 차리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과 성공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전문가로부터 지도받을 수 있습니다. 대출금리도 햇살론이 연 10% 안팎인데 비해 미소금융은 연 4.5%로 낮아요.
하지만 미소금융은 햇살론보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햇살론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서민들이 대출받을 수 있는 데 비해 미소금융은 7등급 이하로 한정돼요. 또 미소금융 지원을 통해 창업할 때는 필요한 자금 중 30%는 가게를 차리는 사람이 마련해야 해요. 서울이나 광역시 등 대도시에 살면서 1억3500만원이 넘는 재산을 가졌거나 나머지 지역에서 8500만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보유한 사람은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미소금융 지원이 절실한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나 캐피털사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는 일이 생겼어요. 가게를 운영하더라도 신용등급이 5~6등급으로 높으면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을 위해 미소금융의 문호를 넓혔습니다. 이달부터는 5~6등급 서민 중 일부도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소금융이 낮은 이자로 저신용 서민에게 대출해준다는 점은 햇살론과 비슷하지만 대출해줄 돈을 운영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미소금융은 보증재원이 없습니다. 대신 은행의 휴면예금과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대출재원을 충당합니다. 휴면예금이란 저축을 해놓고 일정기간 찾아가지 않은 돈을 말해요. 이러한 돈도 모으면 큰 액수가 된답니다. 휴면예금 중 미소금융 재원으로 지원되는 돈이 7000억원에 이르러요. 여기에 기업이나 은행에서 낸 1조3000억원의 기부금을 합쳐 10년간 미소금융 재원으로 2조원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 햇살론
햇살론이 좋다고 아무나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을 위한 상품인 만큼 신용등급 6등급 이하, 혹은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사람들만 빌릴 수 있지요. 자영업자나 생활이 어려운 노점상, 일용직 근로자 등이 주 대상입니다.
햇살론은 자금의 목적에 따라 대출금액의 한도가 달라집니다. 생계를 위해 돈이 필요한 사람은 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어요. 가게를 운영하기 위한 돈은 2000만원, 가게를 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요. 앞에서 대부업체나 캐피털사가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고 했었죠. 햇살론도 같은 위험을 떠안는데 어떻게 낮은 이자로 대출해줄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바로 보증에 있어요. 보증은 어떤 사람이 돈을 안 갚으면 그 사람을 대신해서 돈을 갚아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햇살론 대출을 받는 저신용 서민들은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의 보증을 받습니다. 혹시나 이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지역신보에서는 대출금의 85%까지 대신 갚아주죠. 서민들에게 싼 이자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이유죠. 지역신보가 보증해주는 돈은 정부와 서민금융회사가 공동으로 마련합니다. 정부에서 1조원을 내고, 상호금융회사가 8000억원을, 저축은행이 2000억원을 출연해요. 총 2조원의 보증재원으로 5년간 10조원의 돈을 대출할 예정입니다.
# 희망홀씨대출
이 대출의 가장 큰 장점은 전국에 깔려 있는 총 7500개가 넘는 은행 지점에서 상담받고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은행마다 다양한 대출상품을 내놓아 자신에게 맞는 걸 고르기 좋습니다. 은행별로 대출 조건이나 상품 특징을 꼼꼼히 따져보면 이자도 아낄 수 있고 대출한도도 높일 수 있어요. 금융감독원은 고객이 다양한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희망홀씨대출 상품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 119 서비스’ 홈페이지(http://s119.fss.or.kr/)에 들어가서 한번 살펴보세요.
은행들은 햇살론이 출시되고 사회적으로도 서민금융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희망홀씨대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대출받을 수 있는 대상을 늘리고, 금리도 낮추기 위해 논의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