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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형님 때문에 원화는 안전자산 못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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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북한 국적일 때 영국 런던에서 근무했던 최세웅씨는 고객 관점에선 한국의 금융회사는 후진적이라고 말한다. 4일엔 외환거래와 환율 동향에 대한 강의도 진행한다. [김태성 기자]

탈북자이자 외환거래 전문가. 그것도 외환선물(FX마진) 거래 관련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의 한국 대표. 얼핏 연결이 잘 안 되는 경력을 한 몸에 지닌 사람이 있다. 최세웅(49) 아발론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다. 그냥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가를 가르칠 정도의’ 전문가다. 그는 최근 두 달 동안 NH투자선물 직원들을 대상으로 외환거래 교육을 했다. NH투자선물이 이달 중순 선보일 ‘일반인을 위한 맞춤형 FX마진 중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이에 필요한 전문가 육성을 최 대표에게 맡겼던 것. 이 서비스는 투자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각종 정보를 맞춤형으로 생산해 그때그때 알려주는 서비스다.

그는 국내 외환 관련 선물회사들의 행태에 비판적이다.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려 노력하는 것은 뒷전이고, 그저 텔레마케팅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여 수익을 올리는 데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고객에게 상세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자산에 위험 신호가 발생하면 바로 알리는 게 선물회사의 중요한 임무”라 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골프장 캐디에 비교하기도 했다.

“좋은 캐디라면 고객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신경을 써야죠. 그래야 골프장을 또 찾지 않겠습니까. 선물회사의 거래 중개 직원도 눈앞의 회사 이익보다 고객의 수익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이런 ‘고객 우선’ 가치관은 그가 영국 런던의 북한·영국 외환중개합작회사(대성인베스트먼트 컴퍼니) 등에서 일하면서 체득했다. 그는 북한의 금을 판 돈을 영국 파운드나 독일 마르크로 갖고 있다가 달러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 차익을 남기는 외환거래 업무를 맡았다. 최 대표는 “당시 외국의 선물 관련 회사 직원들은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철칙에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투자회사들은 고객보다 회사의 수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후진적”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1995년 만수대예술단 무용배우였던 부인 신영희(49)씨와 자녀 둘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그 후 전문성을 살려 금융결제원·나라종합금융 등에서 외환중개 업무를 담당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잠시 외도도 했다. 일산·강남 등지에 북한식 냉면집을 차린 것이다. 그러다 그는 2001년 인터넷 외환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 SN뱅크를 설립하면서 본업으로 돌아왔다. 아발론테크놀로지 대표로는 올 3월 부임했다.

원화 가치에 대해서는 남다른 전망을 갖고 있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더 내려갈 것(환율 상승)이라고 했다. 1200원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 대표는 “현재로서는 금리인상보다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원화 가치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형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사일을 언제 쏠지 모르는데 국제시장에서 원화가 안전 자산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엔화 강세를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엔고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센터 4층에서는 그가 하는 ‘NH 외환거래 맞춤형 서비스와 하반기 환율 동향’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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